올해 한국 GDP 성장률, 마이너스 불가피
코로나19 악영향 최소, 신속한 반등 절실
통화·재정정책 더해 규제완화 등 총동원
기업활동 정상화 방점…생산·고용·소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28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79명으로 전날(40명)보다 크게 늘었다. 10명대까지 줄었던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재유행에 대한 걱정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가을철 대유행' 경고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완벽한 수단이 나오기 전까진 '소강→확산→소강→확산' 패턴이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우리 삶의 활동과 직결돼 결과적으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한국개발원(KDI)은 "코로나19 방역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활한 경기 회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한 대처와 예방, 그리고 궁극적인 종식이 결국 '먹고 사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GDP 성장률, 올해 '마이너스' 현실화되나
한국은행은 이날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당초의 2.1%에서 2.3%포인트(p)나 낮춰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도 연 0.75%에서 연 0.5%까지 내렸다.
한은의 이날 공식 발표가 있기전엔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한 거시정책을 펴는 한은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을 '마이너스'까지 낮춰 잡을 것이라고는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예산 등 재정정책을 펴는 기획재정부와 더불어 또다른 축을 형성하는 한은도 금리 인하 등의 정책 효과를 성장률에 선반영해 전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의 악영향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은에 앞서선 국내 연구기관 중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마이너스인 -0.5%로 전망했다. 금융연구원이 은행연합회 소속된 민간연구기관이긴 하지만 정부에 각종 정책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선례에 비춰볼때 이같은 예측의 무게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금융연구원은 "전 세계가 단기간 경기침체 국면에 빠졌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초기의 침체 수준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빠르고 골이 깊을 것"이라며 "감염병이 주요국에서 차례로 확산되고 치료제나 백신 부재로 재확산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V자형' 반등보다는 충격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U자형' 반등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최근 내놓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경로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코로나19 환자 수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코로나19에 대응할 치료 방법 또는 백신이 이용될 수 있는 상황을 '상위 시나리오'로, 반대로 코로나19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교란, 생산 차질, 국가간 인적 이동 제한 등이 이어질 경우를 '하위 시나리오'로 각각 가정해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체 전망한 우리나라의 2020년 성장률 0.2%를 기준으로 상위 시나리오시엔 성장률이 1.1%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거꾸로 하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1.6%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0.5%), 스탠다드앤드푸어스(-0.6%), 피치(-1.2%)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1.2%) 등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내다봤다.
문제는 종합적 분석을 통해 내놓은 이같은 거시적 성장률 전망치 뿐만 아니라 생산활동 침체, 수출 하락, 고용 위축, 신규 채용 감소 등 실제 경제 활동 전반에서 나타나는 악영향들이다.
파이터치연구원 라정주 원장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며 "관련 전문가들 예상대로 내년에도 백신 개발 보급이 어렵다면 '활동 감소→소비 위축→생산 하락→일자리 축소'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화·재정정책, 규제완화등 가용 수단 총동원 절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과 기간을 최소화하고, 이를 빠르게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예산 추가 투입, 금리 추가 인하를 중심으로 한 확장적 거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야한다는 것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의가 없는 모습이다.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직·간접적으로 돈을 풀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야하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본격 출범하는 내달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국회 동의를 거쳐 집행할 계획이다.
3차 추경은 1차(11조7000억원), 2차(12조2000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 30조~4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3차 추경이 약 30조원 규모이고, 재정지출 승수(정부의 재정지출이 1단위 늘었을때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수준)를 1로 가정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약 1.5%p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증세는 없다'고 공언한 만큼 재정을 쏟아붓는데는 갈수록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날 기준으로 0.5%까지 떨어진 한은의 기준금리 역시 마이너스에 가까워지면서 추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통화·재정 정책에 더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은 물론이고 '생산→고용→소비'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 규제 완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KDI는 "대규모 기업 파산과 실업이 발생한다면 생산능력이 떨어지고,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경기 회복이 지체될 수 있어 유동성 공급과 함께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으로 경제 시스템을 보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한 광범위한 지원 정책이 향후 기업의 건전한 진입과 퇴출을 지속적으로 제한해 신성장 산업 발달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라정주 원장은 "재정을 통한 단기 일자리 창출은 일시적 대책인 만큼 피해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정상화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용과 연계한 파격적 세제 혜택, 초저금리 정책자금 즉시 지원, 최저임금 동결, 주52시간 근무제 유예 등 피해기업들이 정상화될 때까지 특단의 조치와 과감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파격적인 정책 중 하나로 유턴기업 관련 제도를 확 뜯어고쳐야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 있는 우리 기업을 국내로 끌어들여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선 수도권 규제를 풀어 이들 유턴기업이 대거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강대 김용진 교수는 "유턴기업의 자격 조건을 많이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어떤 기업들을 다시 불러오고, 어떤 지원을 해야하는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정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관련 법·제도, 연구개발, 시험·인증, 인력 지원 등 인프라와 자금 지원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획기적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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