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OG사의 정품 실 스트라이크 실버버젼(위) 특전사에 납품된 실 스트라이크 블랙버젼. 전문가들은 정품과 동일 모델이지만 손잡이와 칼집에서 형상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임무를 펼치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에게 보급품의 품질과 신뢰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또 군인들의 생명을 가지고 돈을 버는 업체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육군 특수전사령부(이하 특전사)에는 P에스테틱으로부터 특수작전용 칼 약 5000개가 납품됐다. 지난해 7월 약 2200개가 납품된 것에 비해 2배 이상보급이 됐다.
본지가 7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전사에 납품된 미국 SOG사의 'SEAL STRIKE'나이프와 동일한 제품이 두배 이상 납품된 것인데, 미국 SOG사는 해당제품이 자사가 공급한 제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국내 대리점을 통해 알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대리점을 비롯해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중국에서 불법으로 복제된 제품으로 보여진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본지가 입수한 납품된 특수작전용 칼 사진과 해당 정품의 손잡이와 칼집 부분의 형상이 일부 다르고, 제품마감 등이 미흡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본지가 확인해본 바, 해당 제품은 SOG사의 면허를 얻은 대만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SOG사의 철저한 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만업체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거래루트로 유통시킬 수 없다.
올해 특전사에 특수작전용 칼을 납품한 업체는 여성인 이 모씨가 운영하는 경남 양산 소재의 P에스테틱으로, 총포도검 전문업체가 아닌 미용업으로 등록된 업체다.
미용업체가 중국산으로 의심받는 제품을 군에 납품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군관련 입찰제도의 허술함이 부른 참극'이라고 분석했다.
방산업무 경험이 많은 전직 장교는 "나라장터 등 조달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는 업체의 자격제한이 너무나 낮다"면서 "비리를 막고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 업체자격을 낮추다 보니 너나할 것 없이 군납에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관계자는 "군과 경찰, 소방 등 보급품이 사용자의 목숨과 직결되는 품목 등은 입찰자격의 제한 및 엄격한 구매요구서 및 품질확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특수작전용 칼 뿐만이 아니라, 특전사에 빗물이 새어 깨지는 J사의 헬멧도 납품됐는데 P에스테틱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부적격 제조업체에서 형태만 복제한 제품에 사용된 자재와 물성, 성능이 구매사양서에서 요구한 수준을 만족하는지도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납품된 특수작전용 칼에는 SOG 사의 로고와 상품명이 표기돼 있어, 상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향후 경찰 등도 이번 사건을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표법이나 원산지 표기 등 관련법규 위반사항이 확인됐을 경우 군 당국은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육군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납품은 적법한 절차를 갖췄으며, 상표법 등의 문제는 업체가 소명해야 할 문제"라면서 "현재 납품된 제품에 대한 검수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