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사전적 의미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금을 공급해 경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담보·보증인 만으로 자금을 공급하던 시절, 우리나라는 더 많은 사람에게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그런 신용평가 모델도 금융이력이 없는 청년에겐 신용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도입목적과 달리 신용평가시스템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한하게 된 셈이다.
◆'거절대상이 아닌' 청년을 찾아내는 과정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크레파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정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금융기관이 거절대상이라고 판단한 청년들이 진짜 거절대상인지 확인하고 금융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신용평가 모델은 금융이력을 통해 대출을 제공하다 보니 금융이력이 없는 청년들은 돈을 갚을 수 있는지, 상환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어 거절된다"며 "금융기관에서 일괄적인 잣대로 거절한 대상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평가해 대출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올해 1월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5.5' P2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연 5.5% 금리로 소액(100만~500만원)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금융거래 기록이 부족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심사를 거절당하는 청년이 대상이다.
그는 "약 5개월 동안 30명의 청년에게 7000만원의 대출을 진행했다"며 "다만 기존의 P2P서비스가 투자자의 수익률에 초점을 맞췄다면, 청년 5.5는 대출받는 대상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낮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휴대전화 사용정보와 이메일 활용정보, 통신기록 등을 통해 신용을 평가한다./크레파스 솔루션
◆ "과거 히스토리(History)로 미래 히스토리 예측"
현재 크레파스솔루션은 렌도와 함께 빅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청년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다. 렌도는 2014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핀테크 업체다.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은 기존의 신용평가와는 다르게 떼놓고 보면 무관할 것 같은 개인 정보들을 모아 평가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온라인에 접속하는지, 메모나 가계부 정리를 하는지, 스마트폰 배터리는 성실하게 충전하는 지 등이다.
김 대표는 "렌도의 대안평가시스템을 국내 한 카드사에 시험 적용한 결과 신용등급 5~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 우수 성향 사용자 5000여 명에게 추가 대출 승인이 난 적이 있었다"며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청년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청년 5.5로 대출을 받은 청년들 30명 중 30일 이상 연체를 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김 대표는 "전산학과인데 실습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학생,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롯이 공부만을 할 수 없다던 학생, 해외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데 최소 비용이 없어 참가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몇 년 뒤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돈 때문에 청년들의 미래가 달라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대안신용평가로 개인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에 대해 "최근 연락처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과 연락이 잦은지, 생활이 안정적으로 짜임새 있게 흘러가는 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대안평가시스템을 사용한다"며 "누구와의 메시지, 누구와의 전화통화 내용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을 체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민정 대표가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크레파스 솔루션
◆ 청년신용문제는 꼬리가 긴 사회문제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들이 각자의 힘만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신용문제는 또다른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꼬리가 긴 사회문제라며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한 기업이 홀로 해결하기보단 다양한 기업들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와같은 문제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 협력해 청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안신용평가를 기본으로 청년들에게 공유공간, 공유팩토리 등 꿈을 위한 다양한 것들이 융합돼 제공하는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