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가 금융권 디지털 혁신의 성패를 가늠할 변수로 떠올랐다.
RPA는 사람이 하던 표준화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로 자동화 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 반복되는 문의에 답해주는 '챗봇'도 고객서비스 분야 RPA의 하나로 대출이나 발급 등 기본적인 은행업무 뿐 아니라 자금세탁 모니터링이나 사이버보안 등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RPA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맞물리면서 국내 은행들이 일손을 덜어줄 RPA의 도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은행권, RPA 적용 확대
은행권에서 RPA가 가시화된 분야는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 등 고객서비스다. 24시간, 365일자동응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
카카오톡과 연계한 금융봇을 선보인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일손을 덜어줄 수 있는 은행업무에 대한 RPA 적용이 가속화됐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까지 총 8개 업무에 RPA를 적용토록 추진 중이다. 현재 파생한도 점검 및 거래내역 작성 자동화,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 발송 자동화 등 5개 업무는 적용을 마쳤고, 나머지 3개 업무도 9월 말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공동 RPA 솔루션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기업대출 심사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그룹사의 RPA 요구사항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 솔루션을 선정키로 했다.
KB국민은행은 기업여신 실행을 비롯해 중개업소 조사가격 적정성 점검, KB 매직카 중고차 시세 정보 수집 등 자동화 효과가 높은 업무에 RPA를 적용해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기업여신 자동심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달 관련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창립 57주년 기념식을 열면서 디지털코어 뱅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인공지능으로 펀드를 관리해 주는 '아이원 로보'와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주는 '빅데이터 포털', 영업점 일손을 덜어주는 RPA 등 최고의 스마트뱅킹과 온라인 브랜치, 그리고 고객 스스로 창구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셀프뱅킹'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 한 발 앞선 글로벌 은행 RPA 도입
글로벌 은행들의 RPA 도입은 한 발 앞섰다.
RPA 전담부서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이미 로봇이 규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PWC의 설문에서 글로벌 은행들은 RPA로 인해 오는 2022년까지 은행 매출의 34%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경영진의 72%가 RPA가 미래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할 것으로 답했다.
고객서비스 분야에서는 스웨드뱅크의 '니나'가 매월 약 3만건의 문의를 처리하며, 78%의 응답완료율을 기록했다. BOA는 '에리카'라는 가상의 비서 시스템을 출범시켰다.
업무 편의성 지원을 위해서는 JP 모간이 계약서를 자동으로 검토하는 '코인(CoiN)'을 개발했고, NY 멜론 뱅크의 경우 자금이체 서식을 RPA를 이용해 자동 전송 중이다.
모간 스탠리와 HSBC에서는 AI를 활용한 사기전담 팀을 구성했으며, 시티뱅크는 머신러닝 플랫폼 을 금융사기를 방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