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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채권·펀드

채권금리 3%에 휘둘리는 금융시장...투자 전략 바꿔라



"연말까지 채권 수익률(금리)이 4.5%까지 오른다면 (지난 1월 고점 대비) 20~25%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미국 경제도 급격히 둔화 할 수 있다."(2월 골드만삭스의 단 스투루이벤 이코노미스트)

3%.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가 3%를 넘나 들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얼어 붙었다. 살아나기 시작한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신흥국 등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미국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자본 유출의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

'채권 30년 강세장' 저물면서 투자자들도 좌불안석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채권값 하락) 결국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재테크 지형도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온 미국의 막대한 유동성이 신흥시장을 떠난다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경제적 변화들은 나비효과처럼 투자 지형에 충격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채권 시장의 강세장이 막을 내리는 분위기에서 거대한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항로를 바꿔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재테크 전략을 전반적으로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美 3% 금리 신흥국 패닉에 몰아 넣나

2018년 미국채 10년 금리 급등시 주가, 달러화 움직임



세계가 3%에 경악하는 이유는 뭘까.

블룸버그는 "경기회복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는 계속 오르는 현상) 여건에서 3%대 금리는 경기둔화에 따른 이익 감소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등을 초래하면서 기업실적 악화와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지난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연율 기준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성장률의 둔화는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7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유지했다.

직접적인 충격은 금융시장이다.

미국 국채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 보유(1월 기준 6조2600억 달러)이기에 미국 국채 금리의 빠른 상승은 글로벌 투자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연 3%를 다시 돌파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도 미국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은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등 대체로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본 유출이 심화하고 주식·외환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이러다 보면 경기 전반의 냉각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퍼 하마룬드 스웨덴 SEB 이머징 마켓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재가 주도하는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으로 통화 긴축 속도가 빨라지며 신흥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채권 팔아야 하나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을 줄이고 듀레이션을 짧게 하라고 조언한다. 채권이나 채권형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갈아타라는 것이다. 특히 이머징 채권 펀드는 채권 가치 하락에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중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하이일드 펀드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역시 채권인 만큼 금리 상승기에는 손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국 국채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 미국 시니어론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네덜란드의 라보 은행(Rabobank)의 마이클 에브리(Michael Every0는 "미국 국채 10년물 국채금리 3% 진입은 심리적 측면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계적인 투자전략 변경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권 투자와는 반대로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 목소리가 있다.

우선적으로 할 일은 금리 민감도에 따라 업종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다. 에너지, 소재, 산업재가 관심대상이다. 경기모멘텀이 강하고 금리도 오르는 구간에선 이들 업종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 상승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금융업도 유망 투자대상이다.

반면 IT, 헬스케어 등 성장주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과거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이들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흐름도 다르지 않다.

고배당 관련주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시장금리가 배당수익률을 상회하는 구간에서 배당주의 매력은 뚝 떨어진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미국의 시장 금리는 아래보다 위를 향해 움직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국내든 해외든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면, 전략 수립에 있어 미국의 금리 변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내 증시는 대외 개방도가 높아 금리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지금 유효한 전략은 가치주든 성장주든, 시클리컬이든 아니든 지금의 환경에서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노력이다"고 말했다.

예·적금은 단기(3~6개월)로 가입하라는 조언도 있다.시중은행 한 PB는 "예·적금도 1년 이내로 들었다가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주는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며 "저축성 보험 등 방카슈랑스 상품의 경우 매월 금리연동형으로 금리 상승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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