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10)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윤활유 역할,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유옥순 센터장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유옥순 센터장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맘들이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된다면 개인과 국가 모두에 손해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유옥순 센터장(66)은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2년 서울시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사업의 하나로 전국에서 처음 설치한 이 센터는 광진구와 금천구에 이어 오는 11월 은평구에도 센터를 연다. 이후 센터를 하나 더 추가, 서울에서 모두 4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그만큼 서울의 직장맘들에게 필요한 곳이라는 의미다.
단지 서울만이 아니다. 천안, 전주, 광주, 김해, 제주, 경기 등 각 지자체들도 직장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속속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모성보호에 대한 직장맘 스스로의 의식은 최근 들어 크게 높아졌지만, 회사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의식수준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게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서는 출산과 육아를 앞둔 직장맘들이 회사와의 갈등을 키우지 않고 유연하게 고충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우리 시대 화두 중 하나인 일·가정 양립에 있어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은 유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간추린 것이다.
-센터에서 하는 일은?
"서울시 1000만 인구 중 절반이 여성이고, 그 여성 70~80%가 직장을 가진 주부라고 보는 게 맞다. 여성들은 직장에서의 일만이 아니라 가사 노동, 자녀 양육, 시집·친정 양가의 일도 염두에 둬야해서 고충이 심하다. 센터에서는 이 여성들을 위해 직장내 고충, 개인의 고충, 가족내 고충 등 세가지 고충을 상담한다. 개인적 고충의 경우 심리정서적 지원까지, 직장내 고충은 출산·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가족내 고충은 아이 키우기, 남편과의 관계, 시집과의 관계 등 전반을 다룬다. 또한 찾아가는 교육, 기획 강좌 등 교육 사업을 벌이고, 서울내 자치구마다 직장부모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직장내 고충 상담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예방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이다."
-경단녀 예방은 어떻게?
"주로 출산·육아 휴직에 대한 고충 상담이다. 출산·육아 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아직도 회사에서는 흔쾌히 휴직을 허용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휴직을 위한 과정이 지난하다. 센터에서는 고충을 겪는 직장맘들을 위해 회사 측과 만나주기도 하고, 노동부에 진정을 내게 하기도 하고, 전문 변호사·노무사·법무사들의 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출산·육아 휴직 상담은 어떻게?
"휴직 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에 따른 제도가 무엇인지, 회사설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가령 너무 강하게 휴직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부드럽게 회사에 요청을 하라든지, 1년 휴직을 회사가 난감해 할 경우 일단 몇 개월 휴직을 신청한 뒤 회사 사정에 맞춰 연장하라든지 하는 식이다.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을 전문가들이 조언해 드린다."
-지난 5년간 출산·육아 휴직에 대한 의식변화는?
"확 달라진 것은 없다. 사회의식이나 기업주들의 의식 변화는 별로 없다. 다만 직장맘 본인들이 출산휴가를 쓰겠다는 의식이 높아졌다. 비정규직들은 상담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정규직 특히 사무직 직장맘들의 의식변화가 크다. 센터 이용자의 87%를 차지한다."
-어려운 점은?
"현재 전용 핫라인이 아닌 다산콜센터(120 누른뒤 5번)을 통해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밤 10시까지, 토요일에도 전화상담을 받는데 사실 직장맘들이 편하게 상담을 할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다. 토요일만해도 각종 돌잔치니 결혼식이니 경조사가 몰려있지 않나. 직장맘들이 상담하기 어려운 시간대이지만 제도적 미비로 센터에서 일하는 노무사분들의 힘든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게 죄송하다."
-향후 추진하려는 사업은?
"출산·육아 휴직을 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는 중이다. 관련 법안도 발의 중이다. 개인이 회사에 휴직을 요구하는 대신 노동부나 기관에 신청하게 하고, 노동부나 기관에서 회사로 하여금 휴직을 준비하게 하는 내용이다. 개인이 휴직을 신청하는 현 제도에서는 계속 회사와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산·육아 휴직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도 추진하려고 한다. 특히 아빠의 휴직은 당사자인 본인조차 힘들어 하고 있다. 게다가 휴직 중 월급이 생계를 꾸리기 힘든 수준에 불과하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 중요한게 아니다. 경단녀를 예방하는 것처럼 좋은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이를 놓치고 있는 듯해 아쉽다. 직장맘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는 연공이 쌓이고 국민연금 제도로 인해 노후도 보장된다. 국가적으로는 예산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