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광주 남구 노대동에 위치한 빛고을건강타운의 '어르신전용라운지'에서 어르신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광주은행
은행들, 모바일뱅킹·스마트ATM으로 동일한 서비스 제공…고령자·취약계층 등 사각지대 여전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금융소외 계층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지난 2일 금융협의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발언중)
은행들의 전사적인 디지털금융화(化)에 새로운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발달하기 전엔 은행 지점 방문이 어려웠던 도서·벽지 거주자 등이 금융 사각지대에 속했다. 그러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부터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저소득층 등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뱅킹을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펼치면서 점포와 자동화기기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신한·KB국민·KEB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올 3월 말 점포수는 3687개로 1년 새 4.3%(166개) 감소했다. 3월 말 자동화기기(CD/ATM) 수는 총 2만5928대로 3개월 만에 1.7%(461대)나 줄었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용률이 낮은 대면 채널을 정리하는 추세다. 문제는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젊은 세대와 달리 어르신들 중에는 여전히 입금이나 출금 등 단순 거래를 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어르신들께 인터넷뱅킹 사용법 등을 안내하고는 있으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비대면 거래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매년 오르고 있으나, 세대별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만 12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중 '인터넷뱅킹 이용자'(최근 1년간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57.5%로 전년 대비 5.0%포인트 올랐다.
'2015 정보격차 실태조사' 계층별 스마트폰 보유율./미래창조과학부
연령별로는 경제 활동 인구가 많은 30대가 88.1%로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20대가 79.8%, 50대가 42.5%로 나타났으며 미성년자인 12~19세가 20.2%, 은퇴기인 60대가 14.0%로 나타났다. 고령층인 70세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4.3%에 불과했다.
모바일뱅킹 이용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모바일금융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30대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10명 중 6명인 반면, 60대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10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권은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령층 전담 상담가를 배치해 '전화올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은 올 초 시니어 전용 모바일 플랫폼 '골든라이프 뱅킹'을 출시했다. 광주은행은 일부 대면 채널에서 '어르신 전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면 채널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여전히 방문 상담을 원하는 노년층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은행의 서비스는 대안책일 뿐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도 디지털 금융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장 최근 집계한 '2015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각각 62.9%, 70.6%로 일반 국민(82.5%)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금융이 트렌드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영업점을 확대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어르신들만 우선적으로 이용할 있는 창구를 따로 운영하거나 비대면으로도 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이 금융 거래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