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운용력 부족 등 우려…대선 후보들, 560조 국민연금 기금활용방안 내놔
급속한 고령화와 경기 불황으로 노후자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속도가 빨라지자 국민연금을 비롯해 개인·퇴직연금까지 층층이 쌓아야 한다는 '3층 연금'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개인연금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낮고 퇴직연금은 묵혀뒀다가 정작 이익을 내지 못하는 등 3층 연금마저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메트로신문이 3층 연금의 현 주소에 대해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56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기금이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순실 사태와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등 각종 홍역을 치르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이 국민연금 기금을 정책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앞으로 연금 곳간이 더욱 가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메트로신문] 주요 대선 후보 국민연금 관련 공약 내용 일부.
◆ 국민연금 거덜대는 대선 공약?
1일 대선이 일주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국민연금기금 관련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국민연금 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데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사 지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칙을 따를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외압을 받아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기 힘들어진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불거졌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대한 의혹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더라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문 후보는 또 공공투자목적 국공채인 '국민안심채권'을 국민연금이 매입한 후 그 재원으로 어린이집, 임대주택 등 공공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약속했다. 다만 문 후보가 유관 기관의 행정력을 통해 이를 즉각 도입하겠다는 입장과 달리 안 후보는 강제적인 구속력을 갖도록 법제화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금 기금으로 '청년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하는 등 기금을 재정 지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한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정부는 기초연금 재원이 부족해지자 국민연금을 연계해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수령액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액이 깎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입기간 연계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국민연금의 최저연금액을 보장하고 최저연금액의 단계적 인상을 통해 80만원 수준의 보장을 약속했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의 월 평균 연금은 36만원이다. 유 후보는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보장에 필요한 재원은 국민연금 부과 대상 소득 상한선을 현재의 434만원에서 점차 확대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국민연금에 절대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 자금인 만큼 국민연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연금 도둑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3차 재정추계 금리 및 기금운용수익률 추정 및 실적치./한국납세자연맹
◆매달 국민연금 내는데…2051년 고갈 예상
이 같은 대선 후보들의 국민연금 기금 활용 공약은 국민연금의 곳간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이 2060년에서 2051년으로 9년 앞당겨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정부가 예상했던 기금투자수익률이 실제투자수익률보다 2년 연속 평균 2% 이상 감소한 영향이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다. 아울러 경제성장률과 합계출산율도 정부 예상치를 벗어나면서 기금고갈 시점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부족한 운용력도 문제로 제기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문가들은 지난해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고 올 초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하면서 약 50명 정도가 짐을 싼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투자 실무를 총괄하는 주식운용·채권운용·대체투자·해외증권·해외대체투자·운용전략·운용지원실과 리스크관리센터의 실장급 임원 대부분이 보직을 맡은 지 1년도 채 안 됐다.
이에 따라 564조원(지난 2월 말 기준)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저조한 투자수익률, 운용인력 부족 등을 보면 향후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선 후보들의 관련 공약도 일부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치중해 있어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없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노후준비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