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국경제는 '4월 경제위기설(說)'에 휩싸이며 한 차례 뜨거운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물론 장기 저성장의 늪에 허덕이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4월 위기설'이 실체 있는 이야기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4월 위기설'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며 사태를 일축했다. 그러나 4월에 접어든 지금 국내 금융시장은 현재 북한발(發) 지정학적 위험에 미국의 긴축정책 본격화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격변의 소용돌이에 위치했다. 메트로신문은 총 3회에 걸쳐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재를 진단했다.
미국이 긴축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해부터 줄곧 올해 세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에는 실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최근에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해 온 양적완화를 점차 줄일 것을 표명하는 등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긴축정책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의 자본유출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국채·MBS 등 재투자 정책 변화 밝힌 美 FRB
1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 다수는 지난달 열린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올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재투자하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FRB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충격에 대응하여 만기가 긴 장기국채와 MBS 등을 사들인 바 있다. 당시 이로 인해 미국의 시중 통화량은 대폭 늘었고 지난해 말 FRB의 자산매입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9000억 달러에서 4조5000억 달러로 무려 5배나 확대됐다.
FRB는 당시 회의에서 구체적인 연간 재투자 축소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2019년까지 FRB의 국채(약 9000억 달러)와 MBS 만기 도래가 예정되어 있어 이를 모두 재투자하지 않을 시에는 3년간 연평균 3000억 달러가량 유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현재 미 FRB가 자산규모를 점진적으로 최대 3조5000억 달러 수준까지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 FRB가 올해 잇단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바 자산매입 규모까지 줄일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 FRB가 금리인상과 함께 재투자 규모를 줄이면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6조5076억원어치 순매수하던 외국인들은 4월 들어 3536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정부 "외환 거시건전성 제도 탄력 운영"
미국의 이 같은 긴축 정책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미국이 긴축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 시중 유동성이 줄고 시장금리의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올해 1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서민경제의 붕괴를 야기하게 된다. 이에 따른 자본유출 등 거시경제 리스크의 대응도 어려워짐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통화정책을 신중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금리의 변동성이 과도해질 경우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며 "필요하다면 다른 수단도 갖다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내 금융시장의 이 같은 대외 리스크 확산에 대해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러운 정책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견조한 수준"이라며 "자본유출입 변동성 확대의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만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가 높아질 경우 선물환포지션 한도나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외환 거시건전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