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경쟁력, 대형-중소형 저축은행간 속도차 심해…개인정보 유출사고 등 보안우려 여전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서 금융권의 핀테크(금융+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극과 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서둘러 핀테크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비용·인력 부문에서 뒤처지는 중소 저축은행들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보안'도 문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잊을 만하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비대면 거래, 빅데이터 등 핀테크 발달에 따른 보안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트로신문] 저축은행중앙회의 비대면 계좌개설 시스템 'SB톡톡'의 실행 화면.
◆ 핀테크 은행별 속도 차 천차만별…"돈 없다"
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SBI·웰컴·OK 등 대형저축은행들은 핀테크 관련 기술·서비스 개발 및 인력 충원에 한창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핀테크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하고 총 6명의 전문가를 영입했다. TF는 스타트업 등과 제휴 및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꾸준히 인력을 충원해 올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새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간편 송금업체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제휴해 기존의 대출금리보다 낮은 소액대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 스마트뱅킹인 '웰컴스마트'를 출시한 데 이어 이날 '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을 출시했다. 이 대출은 빅데이터 분석과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상품으로 사업자들도 비대면으로 최저 5%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도 올해 신설한 온라인사업부를 통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온라인 채팅상담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OK저축은행, OK캐피탈, 러시앤캐시를 계열사로 둔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해 핀테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저축은행들은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발 인력과 비용 등에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직원 30명 이하의 저축은행이 전체의 30%(24개)를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서 지역밀착 영업을 하는 소규모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의 연령층이 높거나 고객 수 자체가 적다"며 "돈을 들여 핀테크 사업을 확장해도 실질적인 이용자가 없어 마진이 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정보유출 사고, 이미지 어쩌나?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해마다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탓에 '보안' 우려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대형업체인 JT친애저축은행의 직원이 대출모집인 관리자 사이트의 ID와 비밀번호를 무등록 대부중개업자에게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소 26만 명의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가 유출됐고, 해당 직원은 대기발령 조치가 났고 JT친애저축은행은 관련 사이트와 계정을 모두 폐쇄하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나섰다.
저축은행의 개인정보유출 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졌다. 지난해 8월엔 OSB·웰컴·푸른·동부 등 4개 저축은행이 고객 주민번호 뒷자리를 보안 처리하지 않거나 자체 정보기술(IT) 감사를 전문 인력이 아닌 일반직원이 수행한 점이 드러나 금융 당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보안 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대면거래·인공지능 등 핀테크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면 향후 보안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임원들이 보안 관련 사고에 대해서는 목을 내놓을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사이트 접속 권한 등을 감시하는 프로그램 도입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