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조이기'에 3%대 예금금리 전무(全無)…대선주자 최고금리 인하 정책에 업계 '긴장'
9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상승기류를 타던 저축은행에 위기가 들이닥쳤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대출을 조이면서 2금융권의 대출도 막혔기 때문.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과 P2P(개인간)금융의 출현으로 핀테크 및 중금리대출 시장에서의 입지가 불안해진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어 저축은행 업계에 그림자가 드리운 모양새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위기를 맞은 저축은행 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저축은행들이 정부의 대출규제에 '예금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자 예금금리를 낮춰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 이자를 뺀 금리차)을 높이려는 의도다.
여기에 오는 5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대선주자들이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트로신문] 저축은행 정기 예·적금 금리 추이./저축은행중앙회
◆ 해마다 금리 논란 '눈총'
5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 1년물은 2.01%로 지난 달 5일(2.04%)에 비해 한 달 만에 0.03%포인트 인하됐다.
이 기간 정기예금 1년물 단리 상품 등의 금리를 인하한 저축은행은 DH·IBK·OK·고려·공평 등으로 이들은 각각 0.1~0.4%포인트 가량 금리를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발(發) 금리 인상 기조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 금리는 이미 5%에 육박한 상태다.
그러나 금융권 전반적으로 수신 금리가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정부의 규제로 '대출 보릿고개'를 앞둔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고위험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규제를 예고했다. 앞으로 2금융권은 연 20%를 넘는 대출을 고위험대출로 분류하고, 저축은행은 지금보다 충당금을 50% 더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저축은행은 예·적금의 금리를 낮춰 예대마진(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달 중 예금상품의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등 업계의 수신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PLUS(플러스) 보통예금과 직장인사랑 보통예금 금리를 인하했다. 플러스 보통예금은 예금 잔액 50만원 초과 시 연 1.0%의 가산금리를 0.5%로,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은 기본금리를 연 1.0%에서 0.5%로 낮췄다. OSB저축은행도 e-보통예금의 금리를 1.7%에서 1.6%로 0.1%포인트 인하했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변동 추이./자료=금융위원회
◆ "최고금리 인하해라" 등쌀
저축은행 업계는 수신금리 인하로 고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다 밖으로는 대선 주자들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5월 9일 예정된 대선 후보들이 금융 정책으로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공약을 줄줄이 내놓고 있기 때문.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현재 연 27.9%인 최고금리를 임기 중 연 20%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선캠프 대변인인 제윤경 민주당 의원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의 법정 최고금리는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부업의 법정최고금리는 지난 2002년 연 66%에서 지난해 3월 27.9%까지 인하됐다. 그러나 여전히 고금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두고는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법정 최고금리를 32.9%에서 27.9%로 낮추자 저신용 대출자가 같은 해 9월 88만명으로 전년 동월(94만명) 대비 6만여명 줄며 불법 사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로 대출은 더 힘들어지고 정치권에서는 해마다 금리 인하 압박을 하고 있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저축은행도 안정적인 운영을 하려면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예금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