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연초부터 자산관리 문턱 낮추고 조직 확대…종합자산관리·사내대학 등 다방면으로 시도
저금리·저성장·저물가 '3저(低) 시대'를 맞이한 시중은행들이 자산관리(WM) 부문 강화에 나섰다. 고액 자산가를 비롯해 준(準)자산가까지 유치해 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대상 고객의 문턱을 낮추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동시에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며 자산관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추세다.
[메트로신문] 은행별 자산관리(WM)서비스 내용./각 사
◆"자산관리, 문지방 없어요~"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자산관리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조직 개편을 통해 자산관리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은 자산관리 문턱을 금융 수신 자산 5000만원 이상 고객에서 3000만원 이상 고객으로 낮췄다. 준자산가 고객에서 대중자산가 고객으로 범위를 확대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문턱 자체를 없앴다. 국민은행은 '스타테이블'과 'KB자산관리플랫폼'을 통해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3년 PB센터를 없애고 영업본부별 WM지원조직을 신설한 뒤 '라운지매니저(LM)'를 배치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했다.
씨티은행과 부산은행도 1억원 이상 금융자산 고객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자산관리 대상을 확대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 1월을 전후해 실시한 조직개편에서도 자산관리 부문이 대폭 강화됐다.
우리은행은 'WM추진부'를 신설하고 WM사업단을 총 3개 부서로 재편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PB사업본부와 연금사업본부를 'WM사업단'으로 통합했다. 농협은행은 WM사업단과 퇴직연금부를 통합해 'WM연금부'를 확대 신설하고, 기업은행은 총 9개의 WM·PB센터를 지역본부에서 개인고객그룹으로 옮겼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시중은행의 자산관리 문턱은 '억(億)' 단위로, 자산가들만 이용할 수 있는 특급 서비스로 인식됐다. 그러나 저금리 장기화와 급속한 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으로 자산관리의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투자 수단이 사라진데다 1인가구의 증가, 고령화 등으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개인 부문의 수익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수수료에 베이스를 둔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덩치 키우고 사내대학 만들고…
은행들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특화 점포를 내거나 사내 대학을 만드는 등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과 증권 등 계열사 간 자산관리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2월부터 종합 자산관리 솔루션 서비스를 가동한다.
은행과 증권의 자산배분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세무사 등 24명이 참여한 'WM 스타자문단'을 구성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골자다. 서울 강북과 강남 2곳에 부동산투자 자문센터를 개설해 각종 부동산투자 자문서비스도 진행한다.
씨티은행은 최근 서울 청담동에 국내 최대 규모 WM영업점인 '청담WM센터'를 열고 30명이 넘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산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SC제일은행도 지난해 PB센터의 기능을 확장해 11개의 PB클러스터센터를 열었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자산관리 전문 사내 대학을 설립했다. '자산관리전문 대학교'는 4년 동안 총 128시간의 과정으로 금융·부동산·세무 등 자산관리 각 분야별로 전문가를 양성한다. 대학원 3년 과정도 함께 운영해 프로급 자산관리전문가(PB)인력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핀테크 시대에 발맞춘 모바일 자산관리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온라인 비대면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SC제일은행은 '모빌리티플랫폼'을 탑재한 태블릿PCP를 활용해 신세계 이마트의 뱅크숍, 뱅크데스크에서 가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