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임 모씨(38)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2금융권을 찾았다. 임 씨가 받은 대출 금리는 연 22%. 저축은행 평균 금리가 지난달 기준 연 10.66%임을 감안하면 2배나 높은 수준이다. 임 씨는 "지난해 말 대출을 받을 때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떨어지면서 대출금리가 올랐다"며 "시중은행에선 직장이 없고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2금융권에선 과거 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높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같은 저신용자에겐 중금리 대출이나 정부의 정책금융 같은 저금리 상품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고 덧붙였다.
[메트로신문]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금리 역시 최근 들어 상승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른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은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1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연 3.29%·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올랐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지난 2015년 2월 3.48%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12월 금리가 전월 대비 0.09%포인트 상승하는 등 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해 9월부터 전월 대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3.13%로 지난 2012년 2월 3.24%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전월 대비해선 0.09%포인트 오르며 5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미 Fed의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올렸다"며 "Fed가 올해 세 차례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은행권 대출문턱에 막힌 서민들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의 여신심사 선진화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더 강화했기 때문. 그동안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으로 은행권 대출이 가능했던 중신용자마저도 은행권의 대출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직장인 김 모씨(31)는 "최근 전세금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을)거부 당했다"며 "어쩔 수 없이 금리가 10% 가량 차이가 나는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여신심사 강화 이후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 32.5%(3조원)나 늘었다. 지난 2014년 말 11.0%, 2015년 말 18.4% 등 10%대를 유지하던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불과 3분기 만에 30%를 넘겼다. 연말 전세대출 수요 등을 더하면 이보다 더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민들의 이 같은 상황에 적극 대처하고자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1300조원을 넘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9·10등급의 저신용자들엔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저소득·저신용자에게 8~11%대 금리로 대출을 지원해주는 '햇살론'의 경우 지난 2015년 7월까지 집행된 대출 건수는 총 14만7583건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다만 이 가운데 가장 지원이 절실한 9·10등급 저신용자에겐 불과 2건(2015년 기준)만을 대출해줬다. 특히 10등급 신용자에 대한 대출 집행 건수는 지난 2010년 도입 초기 1050건에서 2011년 229건, 2012년 30건, 2013년 44건, 2014년 11건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소득과 신용이 좋은 이들은 은행권에서 3%대까지 뚝 떨어진 대출금리로 돈을 빌리지만 이와 비교해 소득과 신용, 담보가 부실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가 풀리지 않아 빚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은 고금리지만 담보 없이도 대출을 해주고 있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 오늘날 서민금융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선 결국 경제활성화를 통해 서민생활의 안정을 기하는 한편 돈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 저곳으로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