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따뜻한 금융, 행복한 한국] (6)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역할…현장에 답이 있다"
IBK기업은행이 다른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김도진 제25대 IBK기업은행장의 취임으로 23대 조준희 행장, 24대 권선주 행장에 이어 3번 연속 내부에서 행장이 배출됐다. 이에 따라 내부 승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장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자리라는 '꼬리표'가 떨어진 셈이다.
외풍이 잦아든 기업은행 안팎에선 이제 김도진 행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3연속 내부 행장에 거는 기대가 큰 것. 따라서 새 행장에 대한 평가도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김 행장이 취임사를 통해 무엇보다 중소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그래서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로
김 행장은 "중소기업은 우리 기업은행의 설립목적"이라며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창업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사다리를 기업은행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많이 대출하고 많이 떼이는 구조는 확실히 바꿔놓을 방침이다.
그는 "자산의 구성과 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이자에 편중된 수익구조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저성장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자수익만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
외환과 투자은행(IB), 신탁 등의 부문에서 수익을 늘리고 해외진출도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김 행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 온 중소기업금융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 문화가 비슷해 현지화가 가능한 곳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현지 인수합병(M&A)과 지점설립, 지분투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도 향후 생존의 문제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구조를 하루빨리 바꿔나가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비은행부문이 전체 이익에서 20% 이상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김 행장은 변화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다고 봤다.
그는 "책상위로 올라오는 보고보다는 고객과 직원여러분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끊임없이 현장을 누비겠다"며 "앞으로 의사결정의 기준은 딱 두 가지, 고객과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첫 날도 시무식이 아닌 거래 중소기업과 영업지점 등 현장을 찾았다. 취임식을 한 지 얼마 안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현장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김 행장이 찾아간 인천 원당지점은 그가 2005년 7월부터 2년 6개월 간 개설점포의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이날 함께 방문했던 중소기업 정도기계는 원당지점 개설 때부터 거래하며 지점과 동반성장해 온 곳이다.
김 행장의 첫 인사는 이달 중순 안팎으로 있을 예정이다. 박춘홍 전무이사를 비롯해 시석중, 김성미, 서형근 부행장이 이달로 임기가 끝난다. 김 행장이 맡았던 경영전략그룹장 자리도 공석이다. 기업은행 전무는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그동안 내부 출신이 주로 전무 자리를 맡아왔다.
계열사 중에서도 IBK캐피탈과 IBK자산운용, IBK신용정보의 사장은 이미 임기가 만료됐다.
김 행장은 "취임 순간부터 학연·지연 등 모든 연고로부터 벗어나겠다"며 "앞으로 내부줄서기와 처신에 능해서, 또는 연고와 연줄이 있어서 승진했다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