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민영화 원년 삼아 종합금융그룹 재도약 추진…호실적·조직안정 위해 '연임'에 무게추
정유년 새해를 맞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몸과 마음이 가볍다. 지난해 이 행장은 금융권 안팎에서 반신반의했던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이뤄내고 눈에 띄는 실적도 올렸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무게추가 실리는 이유다.
붉은 닭의 해를 맞은 닭띠 이광구 행장의 올해 경영에도 이목이 쏠린다. 올해는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 시리즈의 차별화 전략과 해외 네트워크 등 금융영토 확장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민영화 이후 더 '강한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3년만에 다시 '종합금융그룹' 도전
이광구 행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민영화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며 "금융영토 확장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이 올해 세운 중점 목표는 '금융지주체제로의 전환'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001년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됐다. 2014년 4차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 비금융자회사 6개와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핵심 계열사를 분리 매각하면서 우리금융지주를 해체하고 우리은행으로 흡수됐다.
당시 은행 체제로 바뀌면서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이 연결됐고, 국제결제은행(IB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돼 지주사 체제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올해는 민영화라는 오랜 숙원을 달성한 만큼 금융지주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자금을 들여 증권사 등을 인수합병(M&A)하는 형태 대신 우리카드 등 계열사로만 우선 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업망 확대를 위한 핀테크 플랫폼 발달과 글로벌 금융 강화에도 나선다.
이 행장은 취임 당시부터 핀테크 플랫폼 개발을 추진,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5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뱅크인 '위비뱅크'를 출시한 이후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통합 멤버십 서비스 '위비멤버스', 오픈마켓 '위비장터' 등 위비 플랫폼을 구축했다. 올해도 위비플랫폼과 유통, 헬스케어, 교육 등 온·오프라인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킬러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영업력도 강화한다. 활동성 고객 확대를 목표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휴영업팀을 중심으로 뭉텅이 영업을 활성화한다. 아울러 지난해 구축한 25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완벽한 민영화' 향해 전진
지난해 민영화 성공이 목표였다면 올해는 '민영화 연착륙'에 나선다. 민영화에 따라 예보의 그늘에서 벗어나면서 새로운 방식의 과점주주체제를 안착시키고 나아가 더 강한은행을 만든다는 목표다.
이 행장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뤄내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핀테크 발전을 위해 시간을 쪼개 관련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는 후문이다. 민영화를 위해선 스스로 임기를 줄이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해외 IR(투자설명회)에 나서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는 '자율 경영'과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민영화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민영화 후 조직 안정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민영화 준비·성장 과정을 모두 겪은 이 행장이 적합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아울러 재임기간 실적 성장도 눈에 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3분기 당기순이익은355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9%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누적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1조1059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저금리 기조에도 이자이익이 6.5%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산 건전성을 개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뒷문잠그기를 통한 리스크관리로 대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7.5%나 감소했다.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7%(SPP·대선·STX조선 제외)로 지난해 말 보다 0.27%포인트 감소했고, 연체율도 0.24%포인트 개선된 0.58%를 기록했다.
한편,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4일 차기 행장 후보를 전·현직 우리은행 부행장급 이상, 우리금융지주 부사장급 이상 등 내부 인사에 한정하면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