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따뜻한 금융, 행복한 한국] (4)김용환 NH금융 회장
NH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는 시련과 희망이 교차했던 한 해였다. 상반기에 부실을 한 번에 떨어버리는 빅배스( big bath) 과정에서 1조3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실적전망도 어두웠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비상경영 추진으로 3분기에 바로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예상을 뛰어 넘는 흑자를 낼 전망이다.
김 회장은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하며 "지난해 지주사 체제 출범 이후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았지만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며 "위기를 교훈삼아 농협금융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올해가 새로운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기
그간 농협금융의 최대 약점은 리스크 관리였다. 구멍난 리스크 관리는 수익성 악화로 바로 이어졌다. 지난해 부실을 털어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는 선제적 대응체계를 확립해 튼튼한 농협금융을 만들 생각이다.
인프라는 갖춰졌다. 지난해 지주 내에 산업별 포트폴리오 관리와 조기경보 시스템 개선 등을 담당하는 산업분석 전담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그는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올해는 각종 위험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고 시의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선제적 대응체계를 반드시 확립해야 한다"며 "앞으로 농협금융에서 만큼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진부한 비유가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실 다지기와 함께 인사에 있어서는 철저히 성과주의를 적용했다. 성과에 따라 농협은행 11명의 부행장 중 9명을 바꾸는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졌다.
은행의 부장을 계열사 대표로 발탁하는 파격 인사도 있었다. 그동안 계열사 대표는 상무급(부행장급) 인사를 선임했던 관례를 깨고, NH선물의 신임 대표로 농협은행 자금운용부장을 승진 임명했다.
◆미래 먹거리는 디지털·은퇴금융·글로벌
앞으로 농협의 먹거리로는 디지털과 은퇴금융, 글로벌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최근 고객의 수요는 핀테크와 결합해 그 변화의 폭과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 없는 금융 환경 속에서 금융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사업에서는 아시아 농업기반 국가들을 중심으로 농업금융과 유통·경제 사업을 접목한 농협만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조직개편도 이를 반영해 이뤄졌다.
글로벌사업은 지주 글로벌전략부, 은행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지주 담당 임원이 은행 본부장을 겸임해 농협금융 차원의 해외 진출 역량을 집중시킨다. 디지털금융은 지주 디지털금융단, 은행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을 새로 만들어 조직을 보강했다. 은퇴금융은 은행 자산관리(WM) 연금부를 신설해 고객의 은퇴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원스탑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계열사 간 시너지도 극대화할 방침이다.
그는 "농협금융은 상호금융과 경제·유통 등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와 전국적인 네트워크, 광범위한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너지 창출에도 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뤄내겠느냐'는 사자성어 불위호성(弗爲胡成)을 인용해 내실경영을 당부했다.
그간 내실을 다진 만큼 올해는 도약을 주문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는 사자성어 '연비어약(鳶飛魚躍)'을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 어려움을 극복해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듯 도약과 비상하는 한 해를 말들어 보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