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여신심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보험사 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은 가계와 기업은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을 받기 어려운 경우로 이에 따른 보험사 부담 대출부실 위험이 은행보다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새 보험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할 보험사로선 부실대출 증가가 충당금 적립 부담을 키워 보험사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일 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를 더한 대출채권 잔액은 총 163조4576억원으로 1년 사이 19조8355억원(13.81%)이나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관대출·부동산담보대출 등 중심 수요 증가
지난 7월 말 기준 현재 국내 생보사의 대출채권 잔액은 110조8002억원이다. 전월 110조4011억원 대비 3991억원(0.36%) 늘어난 수치로, 1년 전(100조2759억원)과 비교하면 10조5243억원(10.49%)이나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금이 41조1101억원으로 전체의 37.10%를 차지했다. 이어 부동산담보대출금 30조9946억원(27.97%), 신용대출금 25조2321억원(22.77%) 순이었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보험계약 해지에 앞서 약관대출을 찾으면서 약관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은행권 대출심사에 비해 기준이 낮고 납입한 보험료 내에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특징 덕에 약관대출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손해보험 업계의 대출 규모는 생보업계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대출 증가세는 이보다 더 가파르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손보사 대출채권 잔액은 53조565억원이다. 1년 전 44조1855억원과 비교해 8조8710억원(20.08%)으로 급증했다.
부동산담보대출금이 22조3425억원(42.11%)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타 대출금 16조2664억원(30.66%), 보험약관대출금 10조2100억원(19.24%), 신용대출금 3조6328억원 등 순이었다.
대형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장기화 속에 보험산업 성장이 정체되면서 자산운용이 보다 중요해졌다"며 "주식이나 펀드 쪽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부동산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 빚 급증세…새 수익원 창출 나서야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 속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하면서 이자수익이 제법인 대출영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약관대출 절차를 대폭 축소하고 본인인증절차도 간소화하는 등 대출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한 국고채에 투자하기 보다 대출을 통해 얻는 수익률이 더 높은 상황"이라며 "건전성 규제 강화, 새 회계기준 도입 등 자본확충 부담이 크게 늘어 대출 규모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업계가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보험대출에 따른 이자를 수입원으로 하기엔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국경제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거나 저축성 상품의 최저보증이율 보장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해 금리위험을 관리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며 "상위소득계층의 투자자문이나 후취형 변액보험을 도입하여 수수료 수입을 창출하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가계 빚 증가세가 가파르단 점에 주목하고 최근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등 보험업권 대출규모와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보험권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며 "보험사에서 받는 주택담보대출에도 은행 수준의 여신심사제도를 적용해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