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각 산업별 수출의 환율탄력성 변화분자료=산업연구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득실(得失) 계산도 복잡해졌다. 일부에선 수출 회복을 기대하지만 실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특히 브렉시트의 파장이 확산된다면 아시아에서 파생상품시장이 가장 발달한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기관들은 자금조달이 걱정이다.
◆원화가치 하락=수출 증가 공식 옛말?
수출기업들은 보통 환율이 오르면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좋아져서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다.
29일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량 오르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8000억원 안팎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연간 1조2000억원,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좋았을 때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까지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신흥국 경제가 위축돼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특히 잇따른 정책 효과까지 반감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몇년 동안의 '엔저'가 주력 품목의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제조업 업종별 수출의 환율탄력성 변화 추정결과자료=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KIET)의 '해외생산 확대가 수출에 미치는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2011년 820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4년 일본 수출은 6900억 달러로 3년 만에 15.8%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엔·달러 환율 가치 하락에도 수출 회복이 더딘 현상은 해외생산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중간재 수출을 늘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생산 비중을 높여왔다.
우리 기업 상당수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KIET측은 "수일본의 수출 부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일본에 비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일본의 정책 선택과 동향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 정책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환율의 상관관계도 떨어지고 있다.
홍성욱 산업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업종에서도 환율의 시간변동계수, 즉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면서 "특히, 수출주력업종인 전기 및 전자기기, 정밀기기, 수송장비 등에서 환율의 영향력 감소가 두드러지는 특징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도 원화 가치 하락은 고민거리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대외충격의 성격에 따라 나타난 외국인 투자자금 및 금융시장의 반응 패턴을 감안하면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주가 하락,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면서 "자금이탈 규모가 커지고 충격이 장기화 되면 금융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브렉시트의 영향 그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 및 중국의 경제불안이 겹칠 때 충격은 클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건전성 위협할까
금융권도 주름이 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 해외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국내 채권을 사려는 해외 투자자들의 유인이 떨어져 은행들은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것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 주요 은행의 해외 채권액은 13조2300억원에 달한다. 내년에는 이보다 2배가량 많은 23조89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의 만기가 돌아온다.
한 국내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하락)한다면 외국계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 질 수 있다"라면서 "내부적으로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관리도 비상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환율이 오르면 위험자산에 포함되는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도 늘어나 BIS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록 시장은행들도 자본확충에 나설수 밖에 없어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당분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 BIS 비율 하락을 막도록 자산을 줄이거나 추가로 자본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3분기 때 환율 급등으로 키코 계약을 체결한 태산 LCD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KEB하나은행(옛 하나은행)의 경우 2500억 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