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PEF투자기업의 상장성 지표자료=자본시장연구원기간=2005년~2014년
인수합병(M&A)시장은 사모투자펀드(PEF)의 가장 큰 놀이터 중 하나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M&A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의 77조원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장기간 불황으로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도 늘어 예상 매각가가 1조원이 넘는 '대어급' 등 매물도 많다.
그러나 국내 플레이어는 M&A시장에서 여전히 '우물한 개구리' 수준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기업구조정 과정에서 PEF가 제 몫과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토양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기업 구조조정시장 약방의 감초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EF는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
두산그룹은 유독 PEF와 인연이 깊다.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한 뒤 건설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두산은 두산DST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일부를 IMMPE와 미래에셋PE에 매각해 3800억원 가량을 조달하며 숨통을 틔웠다.
금호·현대·동부그룹의 경영난은 PEF가 10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사실상 수습했다.
금호그룹은 2011년 금호고속(100%), 서울고속버스터미널(38.7%), 대우건설(12.3%)을 IBK증권 PE-케이스톤에 9500억원에 매각하는 등 PEF가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현대도 지난 2014년 오릭스PE가 현대로지스틱스를 6000억원에, IMM PE가 현대상선 LNG사업부를 50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웅진과 동양·STX의 부실 계열사 회생도 PEF가 주도하거나 힘을 보탰다.
이 중 하림-JKL컨소시업은 법정관리중인 팬오션을 1조500억원에 사들였다.
2012년 웅진그룹은 자금난에 빠지자 알짜기업인 웅진코웨이를 시장에 내놓았다.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매물로 나온 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회사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았다. 4년여가 지난 코웨이의 지분가치는 약 2조3000억원 규모다.
PEF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부실기업 솎아내기와 맞물려 M&A시장에 매물이 대거 흘러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의 거래대금은 지난해 77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거래건수도 427건으로 많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 조선 등 취약 업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요구와 관련법 개정에 따른 M&A도 활발할 전망"이라며 "올해 M&A 시장 거래대금은 작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삼각분할합병 등 정책이 국내 M&A 시장에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며 "M&A 시장의 열기는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인수기업, 성장과 경영효율에 기여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PEF에 거는 기대는 뭘까. 성장과 경영효율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5~2014년 PEF가 투자한 기업 90개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피투자기업 매출은 인수 당시 평균 1470억원에서 매각 시 2300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18억원에서 269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가치(EV)는 1070억원 2000억원 늘었다.
경영효율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었다. 고용은 423명에서 443명으로, 총자산회전율은 0.5회에서 0.6회로 늘었다.
다만 적극적 경영 참여보다는 소극적 재무적 투자 방식이 주를 이루면서 피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 PEF는 그동안 성장형(그로스) 투자에 주력하면서 피투자기업의 성장과 고용 창출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PEF는 재무적 투자자(FI)로서 대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한 것이 컸다"며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등 당초 제도 도입 취지에 부응해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