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전체 순환출자 고리의 80% 이상을 끊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회장 지시에 따라 그룹 경영 투명화 작업도 활발하다.
시장에서는 롯데 지배구조가 한층 투명해지면서 시장의 신뢰도 두터워졌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나머지 순환출자 고리가 호텔롯데 상장, 롯데쇼핑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등의 과정에서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폐쇄적 지배구조 해결 과제
롯데그룹 하면 떠오르는 것이 얼키고 설킨 지배구조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기업집단 롯데 해외계열사 소유 등 현황' 자료에 따르면 롯데의 내부 지분율은 85.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지분율은 전체 계열회사 자본금 가운데 동일인(오너·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일인 특수관계자(친족·임원·계열회사 등)의 보유 주식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10대 그룹(총수가 존재하는 대기업 집단) 가운데 롯데를 제외한 9개 그룹의 평균 내부 지분율은 53% 수준으로, 롯데(85.6%)보다 38%포인트나 낮다.
하지만 내부자 중에서도 정작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주·동빈 두 아들 등 오너와 친족의 지분은 2.4%로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택한 것이 순환출자 구조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현재 여전히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일본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롯데홀딩스↔LSI(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 'LSI↔패밀리' 2개 상호출자와 '롯데홀딩스→LSI→패밀리→롯데홀딩스', '롯데홀딩스→L2→LSI→롯데홀딩스', '롯데홀딩스→롯데상사→롯데그린서비스→LSI→롯데홀딩스' 등 4개 순환출자 고리로 일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 일본 롯데계열사들은 다시 한국 호텔롯데(99.3% 일본 주주)와 롯데알미늄(57.8% 일본 주주) 등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전체 한국 롯데 계열사들은 67개 순환출자 고리로 서로 엮여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에 이어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 상장도 계획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일본롯데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순환출자 고리 완전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안타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롯데그룹도 한국 주식시장이 우려하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실직적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상장에 박차를 가해 일본 롯데로부터 이어진 지배구조를 희석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상장 이후에도 순환출자구조 해소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배당정책 및 액면분할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샷법 기간 지주사 전환 가능성 커
롯데그룹 왕자의 난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한층 복잡해졌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분 13.46%를 보유한 롯데쇼핑은 호텔롯데와 합병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 호텔롯데 단독 지주회사나 롯데제과의 합병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호텔롯데 단독으로 지주회사가 된다면 지배구조 최상단과 대주주 일가의 간접지분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회사 최소 지분 확보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예상 비용은 롯데쇼핑 8000억원, 롯데케미칼 5000억원, 롯데제과 5000억원, 롯데칠성 4000억원 등이다.
따라서 롯데제과의 역할에 시장은 주목한다. 롯데제과는 롯데쇼핑(7.86%) 롯데칠성(19.29%) 롯데푸드(9.32%) 롯데리아(13.59%)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호텔롯데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롯데제과가 호텔롯데에 직접 합병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또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된 이후 투자회사가 호텔롯데에 합병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간금융지주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예컨데 호텔롯데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가 되고, 그 아래 롯데카드를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는 방안이다. 중간금융지주사가 되면 금융 자회사(롯데손보, 롯데캐피탈, 롯데카드)를 매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비용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나금융투자는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1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돈이면 지주회사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 단 면세점 수성 등을 통해 적정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원샷법이 적용되면 사업재편 기간 공동출자가 허용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호출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도 역시 허용된다"면서"롯데그룹은 원샷법이 적용되는 기간에 지주회사로 전환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