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금융지주 시너지효과 제고를 위한 규제 합리화자료=금융위원회 2014년 10월
2014년 영화 '명량'이 우리 사회를 흔들었다. '명량'의 성공 이유는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사태, 육군 28사단 장병 구타 사망 사건 등 국내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 영화는 위기감을 느끼는 현실에서 탈출하게 할 속 시원한 영웅에 대한 갈망, 해결책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국민을 위로했다.
은행 등 금융지주사들도 '이순신'에 열광했다. 바로 리더십과 함께 위기 관리 능력을 보면서다.
이순신 장군에게도 명량해전은 두려웠을 것이 틀림없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승리를 갈망하는 자기최면에 가까웠다.
금융지주회사에게도 자기 체면이 필요한 이유다.
◆위기관리 낙제점 왜?
지난해 가장 곤욕을 치른 곳이 KB금융지주다. 지난해 초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사건에 이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 사건, KT ENS 대출사기 등 악재가 이어졌다. 여기에 임영록 KB금융지주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내분까지, 고객의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단순히 이미지 실추에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국내 최고의 은행이라는 입지까지 흔들렸다.
모뉴엘 사태에서도 리스크 관리의 부재를 드러냈다.
모뉴엘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수출 서류를 위조해 3조2000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았다. 국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을 상대로 금품로비도 벌였다. 모뉴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장의 현직 비서실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별 모뉴엘 대출규모를 보면 기업은행이 15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1253억원), 수출입은행(1135억원),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1098억원), 국민은행(760억원), 농협은행(753억원) 등의 순이다.
과거에도 걱정과 현실은 달랐다.
리스크 관리를 통한 금융·기업 부실화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였지만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지주는 맥없이 휘둘리기 일쑤였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우리금융은 2002년 5916억원에서 2003년 563억원으로 10분의 1로 줄었고,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6039억원에서 363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지주사 및 은행은 부실을 떠 안고 카드사를 껴 안았다.
금융위기 때에도 '블랙스완(black swan·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형 사고)'이라고 치부하며 대손충당금만 늘리는 데 그쳤다. 2007년 당기순이익 1조2981억원을 기록한 하나금융은 2008년과 2009년 각 4834억원과 3063억원으로 줄어들었었다.
◆'리스크'관리는 문화속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형 확대를 통해 성장을 추구해 온 국내 은행산업의 경영전략에도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주요 선진국에서 대형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은행산업에서도 과연 지속적인 대형화가 바람직한 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리스크를 고려해 국내은행의 비용 효율성을 분석해 보면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규모 및 범위의 경제효과가 유의하게 낮게 나타난다"면서 "이는 향후 국내 은행산업에서 인수ㆍ합병 또는 대출확대를 통한 추가적인 대형화의 효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섣부른 대형화 보다는, 리스크를 고려해 은행의 자산규모와 수익구조를 최적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스크문화(risk culture)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원은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수행 업무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계량적 성과지표의 조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본으로 돌아갈 때 은행의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은행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자 장치산업이다. 규제산업이기에 은행과 정책당국은 함께 지속적인 성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산업이 장치산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굳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더라도 돈을 잘 벌 수 있다"면서 "은행의 본업은 리스크 관리에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