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4월 2일.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했다. 내년이면 '한국형 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5년이 된다. 금융지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의 지휘 아래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고 계열사 간 정보를 공유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사는 카드대란, 지주 회장과 은행장과의 헤게모니 싸움 등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은행의존은 50~80%가 넘는다. 수익구조 개편보다는 자산 부풀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금융지주 회장(CEO)의 역량에 그룹이 좌지우지되는 '원맨 컴퍼니(one-man company·1인 회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 은행 의존의 한계
달라진 환경은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만 해도 극단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덩치가 너무 커졌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뜯어 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시장과 전문가들은 금융산업 전체의 수익창출 기반이 크게 악화되면서 금융지주사들이 경영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3·4분기까지 거둔 순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은 59%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KB는 은행 비중이 67%, 농협은 70%, 하나는 88% 수준이다.
지난해 말 은행지주사의 연결총자산은 1499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4조3000억원(21.2%) 감소했다.
이는 경제 구조 자체가 경기침체 장기화와 맞물려 저금리·저수익·저성장 기조로 바뀌면서 은행산업 전반의 수익 기반은 크게 약화되고 기업부실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핀테크, 인터넷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수익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혁신노력이 미흡하고 국민의 믿음마저 저하돼 수익창출 기반이 더욱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KB금융사태(회장·행장 동시 퇴진 사태)'는 충격이었다.
지난해 금융지주사 내분이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부각하자 지주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그룹내 '시너지제고'는 금융회사와 정책 당국의 공통된 난제였다"면서 "부진한 성과 이면에는 업권간 칸막이 규제체계, 계열사 간 기업 문화의 차이, 금융그룹 전체 보다는 개별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풍토, 불완전한 성과 관리체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연 연구위원도 "전략적 의사결정과 통합적 리스크관리 기능이 여전히 부족해 지주회사의 핵심업무인 자회사 경영관리업무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계 지주사는 절반이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우리지주 및 우리은행, 10월 씨티지주 및 씨티은행 간 합병, 12월 산은지주·산업은행 및 정책금융공사 간 통합 등에 따라 전체 은행지주사는 8개로 줄었다.
◆대형화로 양적 성장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는 도입 이후 금융권의 대형화·겸업화를 견인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대형화·겸업화 바람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2001년 9월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신한금융그룹의 총자산 규모는 2014년 말 기준 338조 원으로 지주회사 출범 초기(163조원)에 비해 3배 가량 성장했다.
이어 농협(315조7000억원), 하나(315조5000억원), KB지주(308조4000억원) 등이 뒤따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양적 성장과 함께 국내 금융산업의 대형화 에 이바지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현재 다수의 국내 금융회사가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된 상태이다"고 말했다.
겸업화에서는 아직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금융지주회사가 겸업화를 통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진 금융지주회사와 같이 매트릭스조직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로 기업고객서비스를 책임진 기업금융 담당 임원이 은행과 증권의 기업금융부문을 총괄해 대출은 관할 지역의 은행 영업점, 증권발행은 증권에서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구조다.
이는 자회사 경영진의 권한을 분산시켜 지주 회장과의 권한과 책임 관계를 규명하기에 금융지주와 자회사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