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의 목표는 모든 부문에서 1등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은행과 비은행 등 계열사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필요하다."(9월 25일 KB금융지주 창립 7주년 기념식)
윤종규 회장이 꿈꾸는 KB금융지주의 미래다. 그가 인수·합병(M&A) 시장에 KDB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기도 전에 잔뜩 눈독을 들인 이유는 단지 증권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종합금융그룹'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윤 회장은 또 국민의 부와 기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대우증권, 윤종규 회장의 '신의 한 수'
지난해 11월 21일 KB금융지주 수장에 오른 윤 회장. 그에게 주어진 첫 과제는 무너진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었다. 국민(1채널)과 주택(2채널) 합병 이후 KB는 고질적인 채널 갈등에 시달려 왔다.
은행장 겸직으로 회장 행보를 시작한 그는 취임하자마자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그룹경영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 은행은 고객 신뢰 회복, 핵심 경쟁력 강화를 모토로 기능과 역할을 정비했다.
그는 "은행은 영업중심, 고객중심이면 충분하다"면서 "1채널(국민은행), 2채널(주택은행) 식의 파벌이나 사내 줄 대기를 꾀하려는 직원들은 일벌백계하겠다"고 강조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 부사장을 지내면서 KB금융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M&A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뒷걸음질 하는 KB금융지주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KB사태(회장·행장 동시 퇴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KB금융의 통합 수장으로 취임, 불과 반년 만에 리딩뱅크 신한금융을 바짝 추격하는 수준의 상반기 실적을 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은 경쟁사들이 예의 주시할 정도였다.
그런 KB금융이 3·4분기 들어 맥 빠진 모습을 보인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8.8%(391억원) 감소한 4071억원에 그쳐다.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큰 국민은행은 당기순익이 2336억1500만원으로 32.99% 줄었다.
윤 회장은 김옥찬 사장도 불러들였다. 대우증권 인수와 지배구조 안정화 등 굵직한 사안을 지휘할 '야전 사령관'이 필요해서다.
은행권에선 대체로 그를 '재무전략통'으로 분류하지만,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은행 살림도 챙겨봤기에 지주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구조조정 등 최소화 장점
KB금융의 가장 큰 고민은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대우증권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KB금융에서 국민은행의 순익 비중은 지난 상반기 기준 전체의 71%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의 57%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우증권을 품에 안을 경우 은행, 비은행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비율로 여겨지는 6 대 4라는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KB투자증권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KB투자증권은 회사채 등 DCM(Debt Credit Market) 부문에서 강자로 떠올랐지만, 규모나 다른 부문의 경쟁력이 늘 아쉬웠다. 중소형 증권사 인수는 대안이 아니다. KB금융은 오히려 LIG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놨다.
구조조정도 최소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우증권의 직원 수는 3053명이다. 직원 수가 531명인 KB투자증권은 대우증권과 합쳐도 3584명 수준이다.
대우증권은 M&A시장에서 윤종규 회장의 능력을 검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농협지주에 패하는 등 M&A와 인연이 없었다.
윤 회장은 LIG손해보험 인수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M&A와의 악연을 끊었다. 하지만 온전한 그의 몫은 아니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의 리더십이나 경영능력은 어느정도 검증됐다"면서 "이제는 M&A시장에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차례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