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신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증권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향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사진)의 한 수로 볼 수 있다. 자산운용부문에 국내 정상급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지난 7월 미래에셋생명 상장까지 마무리한 만큼 이제는 종합금융투자회사로 가겠다는 의지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현주 회장, 두 번째 승부수
박현주 회장은 승부사다.
미래에셋캐피탈에서 번 돈으로 박 회장이 세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듬해인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증권시장이 침몰했던 시기에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출시, 수 백 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현주 신화'는 한국 금융의 자존심이자 상징이었다. 피델리티, 템플턴 등 거대 투자회사들도 국내에서 만큼은 박 회장의 투자전략을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위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10월 출시되자마자 시중 자금을 싹쓸이하며 펀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중국 투자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이 이듬해 마이너스 60%까지 폭락했다.
"박현주의 시대는 갔다"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러한 악재를 딛고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글로벌 운용사로 체질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이 대우증권 M&A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IB 사업권을 따낼 때도 증자를 하지 않았다. SK생명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 금융사 M&A는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조 2000억원대의 증자를 통해 대우증권 인수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박현주 회장의 두 번째 승부수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는 글로벌 IB로 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회장이 그리는 그림은
미래에셋이 그리는 그림은 균형 있는 이익 구조다.
자산 운용이 강점인 미래에셋과 위탁매매 및 IB 부문 강자인 KDB대우증권이 합치면 그 파괴력은 기대 이상일 것으로 시장에선 평가한다. 또 미래에셋의 글로벌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기준 2조4476억원으로 최대 9561억원(발행가 2만1750원) 증자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3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증권(3조5705억 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 원), 현대증권(3조2100억 원)을 넘어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4위로 부상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형화를 위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 대해 기업신용공여와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 자격을 주고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글로벌 투자 경험이 많은 미래에셋이 적임자"라며 "무엇보다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증권 자본이 인수하는 게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의 가장 큰 강점은 오너 체제의 지배구조에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인 체제로 움직이는 곳은 박 회장 처럼 추진력 있게 사업을 집행하기 어렵다"면서 "그가 이번 M&A에서 보여줄 신의 한 수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M&A경험도 강점이다. 박 회장은 2011년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사모펀드(PEF)를 통해 인수했고 중국, 브라질, 미국 등의 오피스빌딩과 호주 포시즌호텔 등을 인수하는 등 M&A 시장의 승부사로 통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 능력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은 박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박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면서 "보유 자산 매각과 자기자본을 통한 차입 등으로 인수자금 조달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