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주식도 해외 직구 시대(해외 증권투자)가 열리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에 한계를 드러면서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 증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직원들의 등을 떠밀거나 지점을 축소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가 또 다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인수합병(M&A)에 그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 금융자본의 참여로는 한계가 있어 산업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숙한 자본시장 되려면
국내 증권 산업의 경쟁력은 어느정도 일까.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 증권산업의 경쟁력이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KDI·금융투자협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국내 34개 증권사 CEO를 대상으로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9점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미국·영국 등 금융 선진국의 60%에 불과한 수준으로 향후 경쟁력 제고가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4.5%)이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로 금융당국 규제를 꼽았다. 또 '국내시장 중심의 단순한 수익구조(39.4%)'와 '증권회사의 영세성(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남의 탓만 해야 할까.
자본시장이 성숙한 나라 일수록 생태계가 잘 짜여져 있다. 대형사는 주로 자기자본투자(PI)나 M&A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다. 중소형사는 국내시장 중심의 특화된 시장에서 활동한다.
밥그릇 싸움으로 일관하는 국내 현실과 딴 판이다.
수치가 말해 준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 자산은 366조3000억원, 자기자본은 43조6000억원으로 지난 2010년 말에 비해 각각 83%, 16% 증가했다.
하지만 위탁매매에 치중하는 비슷한 사업구조, 정형화된 업무형태 등이 원인이 돼 질적으로는 발전이 더딘 상항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증권매매(위탁+자기) 비중은 62.2%에 달한다. 반면 IB 수익 비중은 8.1%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69.4%), 모건스탠리(40.1%), UBS(46.8%) 등 해외 IB의 수익비중은 40%를 훌쩍 넘는다.
변화를 두려워 한 탓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원은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불구하고 국내 금융투자업은 구조적 조정 기회를 놓치고 차별화도 실패했다"면서 "전문화 및 특화 전략의 부재로 시장을 신도하는 리더나 특화 기관의 존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자본 등 M&A참여 유도해야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90년대부터 장기복합 불황을 비켜가지 못했다. 노무라증권은 1991년부터 97년까지 해외자본의 해외투자 중개를 시작했다. 리스크 높은 투자사업에도 뛰어들며 IB업무을 확대해 나갔다. M&A,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99년 지주회사 제체로 전환하면서 새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
2000년 들어서는 자산관리(WM) 리테일 영업 중심으로 전사 체제를 개편했다. 지방은행과 채널을 공유하는 등 은행과의 경계도 허물었다. 동시에 2008년 금융위기로 쓰러진 리먼브라더스를 인수, 유럽 및 아시아지역의 IB사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노무라증권은 국내 리테일 1위 증권사로 떠오르게 됐으며 '데커 펀드, 커버드콜 펀드' 등 히트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에서 대박을 냈다."
전문가들은 위기 탈출의 한 방편으로 M&A를 주문한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다만 M&A가 금융시장내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 분할이 이뤄질 때 성공적인 M&A를 이끌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기존 금융자본의 참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자본이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산업의 M&A는 원인은 있지만 결과는 없는 매우 당혹스럽고 퍼즐에 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정부의 정책도 증권사 간 M&A를 유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임원은 "그동안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M&A는 대부분 구조조정 과정이나 특수요인에 의한 것이었는데 기업이나 투자자 측면에서 시장분할이 이뤄져야 금융투자회사의 시장분할, 대형사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쟁력도 키울 수 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