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빠 어디가' 보니? 그거 보다 보면 아이들이랑 캠핑 가고 싶더라. 어디가 좋을까?"
지난 19일 밤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1동의 한 술집에 30대 후반의 남성 네 명이 모여앉았다. 이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처럼 캠핑을 가보자며 장소를 물색하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목적지로 결정했다. 봉하마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한 곳이다. 이들은 이날 밤 '더불어 사는 세상 주막(더사세 주막)'에서 '봉하 막걸리'를 마시며 노 전 대통령을 일상 속으로 불러냈다.
캠핑 아이디어를 꺼낸 이철승(31)씨는 "일단 그 분(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곳에 오지만 무엇보다 막걸리가 맛있다"고 말했다.
◆부산 '바보 주막'이어 의정부에 '더사세 주막' 오픈
'더사세 주막'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인 김병림(48)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대표일꾼을 지낸 배우 명계남씨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더사세 주막처럼 '봉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곳은 부산에도 있다. '바보주막'이라는 이름으로 3곳이 성업 중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기념 사업이 생가·기념관·박물관 등 유적지 중심에서 음식·술 등으로 옮아가고 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경북 구미시와 문경시는 이미 대통령 문화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구미시는 2009년 7월부터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1960~70년대 서민들의 보릿고개 주식이던 보리개떡·보리쌀 감주·두부 등을 맛볼 수 있는 '보릿고개 체험장'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박 전 대통령을 되돌아보도록 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문경시도 다음달 2일 박 전 대통령이 하숙을 했던 문경읍내 청운각 맞은편에 '추억의 대통령 음식점'을 개장한다. 문경시는 박 전 대통령이 즐긴 칼국수나 시래기·쇠고기 국밥 등 음식 6종과 막걸리 1종의 표준 조리법을 개발, 전수에 나섰다.
◆문경시 '박정희 음식점' 개장
박 전 대통령이 즐긴 막걸리 폭탄주도 메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비탁'(비어+탁주)은 막걸리 한 말(18L)에 맥주(비어) 2병을 섞고 '막사'(막걸리+사이다)는 막걸리 1되(1.8L)에 사이다 1병을 섞어 만든 게 '정석'으로 통한다.
두 전직 대통령을 내세운 이들 음식점은 경기보다 정치적인 변화에 더 민감하다. 구미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후 체험장을 찾는 방문객이 하루 평균 1500여 명에서 최근 2500여 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친구'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던 김씨가 운영하는 더사세 주막은 지난해 대선 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
음식점의 전국 프랜차이즈화도 추진 중이다. 문경시 관계자는 "이미 타 지역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 메뉴가 웰빙식으로도 손색이 없어 체인사업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봉하 막걸리'를 공급하는 재단법인 봉하마을 관계자 역시 "올 하반기쯤 봉하마을에서 기른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들이 윤곽을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