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의 맥아더 장군, 영화 ‘탑건’에 출연한 톰 크루즈(사진), 군인 시절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회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 선글라스’로 불리는 레이밴(Ray Ban)을 떠올릴 것이다.
레이밴에 관해 논하기 전에 잠시 국어공부를 해보자. 레이밴은 대명사이면서 동시에 보통명사이기도 한 독특한 브랜드다. 레이밴이 선글라스의 대명사라는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밴이 보통명사인 이유도 알고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Ray-Ban은 글자 그대로 광선을 차단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 레이밴이 한국에서 ‘라이방’이라 불리는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이방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는 베트남 전쟁과 관계가 깊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들은 대부분 레이밴을 착용했는데, 이 레이밴의 베트남식 발음이 라이방이기 때문이다. 한국 참전 군인들은 미군들의 버터발음 대신 부르기 편한 베트남식 발음을 따랐고, 이 발음이 물 건너와서 한국에 정착된 것이라고 한다.
선글라스의 원조인 레이밴이 미군들의 필수품이 된 이유도 단순하다. 미국에서 군수용으로 처음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이다. 레이밴은 1920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 논스톱 횡단에 성공한 미육군항공단 소속 존 매클레인 대위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 매클레인은 고공비행시 강한 햇빛 때문에 심한 눈부심과 구토와 두통을 느꼈고, 이를 해소하고자 바슈롬(Bausch & Lomb)에 보안경 제작을 의뢰했다. 바슈롬은 눈에 들어오는 광선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잠자리 눈을 본 딴 디자인을 만들고, 어두운 색깔의 특수렌즈를 장착해 ‘광선차단용(Ray-Ban)’이라 이름 붙였다. 알고 보면 레이밴은 우리에게 콘택트렌즈로 잘 알려진 바슈롬이 만든 군수용 특수장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