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세다. 그나마 연 2%대 성장률을 사수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투자는 바닥을 쳤고 수출과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 -0.4%로 역성장한 뒤 이에 대한 기저효과로 2분기 1.0%로 반등했으나 3분기 0.4%로 주저앉으며 연 2%대 성장률 달성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정부가 막판 부양에 나서며 4분기 1.2%를 기록, 연 2.0% 성장에 '턱걸이'했다.
이로써 지난 2017년(3.2%) 이후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됐다. 전년(2.7%) 대비로는 0.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성장률을 소수 둘째 자리까지 보면 2.01%로 연 2%대를 겨우 사수했다.
◆ 정부가 밀어올린 연 2.0% 성장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사실상 정부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소비는 전년 대비 6.5% 증가해 지난 2009년(6.7%)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1.9%로 1년 전(2.8%)보다 낮아졌다.
연간 성장률에 대한 정부의 기여도는 1.5%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2.3%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사실상 지난해 성장률 2.0%는 정부가 메운 셈이다. 지난해 정부는 성장률 2%대 달성을 위해 상반기부터 재정집행에 나선 바 있다. 반대로 민간의 기여도는 0.5%포인트로 정부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간 2% 성장도 기대에는 못 미쳤다"면서도 "연간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경기순환적 둔화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줬다"며 "경제의 핵심주체는 민간이고 정부는 지원자인 만큼 민간 주도의 성장 견인이 바람직하지만 민간이 어려울 때는 재정이 보완적으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성장률 깎은 투자, 부진한 민간소비
지난해 투자는 고꾸라지며 성장률을 깎아먹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각각 -0.5%포인트, -0.7%포인트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과거 성장을 견인했던 건설투자는 3.3% 감소하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0~2012년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는 8.1% 감소해 2009년(8.1%) 이후 가장 낮았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의 여파가 컸다.
수출도 부진했다. 지난해 수출은 1.5% 성장하며 2015년(0.2%)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지난 1998년(-7.0%)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된 영향이다.
한은은 "지난해 정부소비 증가세가 확대됐으나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건설과 설비투자가 부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