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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방/외교

패딩형 동계점퍼, 보급의 목적은 자랑이 아니다

문형철 기자 자화상.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군사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무기체계 외의 군수품(전력지원물자)도 무기만큼 중요하다. 장병의 안전과 사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전력지원물자의 신속한 보급이 이뤄진다면, 장병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기뻐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군의 전력지원물자 보급은 '무엇이 목적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장병과 국민을 위함인지, 군의 성과와 정부의 치적을 위함인지 잘 모를 때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예산으로 '패딩형 동계점퍼'를 지난해 11월부터 보급됐다. 일반 작전환경이 아닌 병영생활용으로 보급이 된 것이라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장병들이 추위를 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 당국이 보도자료를 내기 전 사전에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패딩형 동계점퍼 보급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의지가 앞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였다.

6월 사이즈를 측정하고 11월 초에 이미 1만5000벌 정도가 두 곳의 전방사단에 보급됐고, 육·해·공 군의 격오지 부대에 연말까지 보급을 마친다는게 당시 군 관계자의 설명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지난해 육군만 약 10만벌의 패딩형 동계점퍼가 보급됐다.

그런데 보도이후 '사이즈가 작아 못 입는다'는 소문과 제보가 들어왔다. 소문은 사실이었고, 설마는 역시가 돼버렸다. 12일과 13일 일부 매체들은 패딩형 동계점퍼가 사이즈가 작아 부대 창고에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군의 관계자는 "해·공군의 경우 보급대상 인원이 얼마되지 않아 사이즈 문제가 크지않았지만 보급대상 인원이 많은 육군의 경우 먼저 사이즈를 측정한 인원들이 더 큰 사이즈를 가져가면 문제가 커졌다"면서 "약 2000벌 정도가 보급되지 않고 보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맞지 않는 사이즈에 대해 관련업계는 '동계점퍼의 사이즈 규격을 군이 잘 못 설정한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납품업체는 우리와 경쟁사이지만 건실한 기업이다. 동계패딩과 하절기 셔츠는 사이즈 측정방식이 달라야 할텐데, 군이 업체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당국은 문제해결을 위해 추가보급을 위해 납품업체에 의뢰를 했지만, 해당 업체는 납품단가가 맞지 않아 추가발주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5만7000원 정도로 책정된 납품예상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4만8000원에 납품했기 때문이다.

최초 납품업체는 켈빈클라인, 리바이스 등의 국내협력 업체로 나름 건실한 기업이었다. 군은 이 회사가 생산한 패딩형 동계점퍼가 보급되자 '언박싱 동영상' 등을 제작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군의 홍보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보급은 실패한 것으로 보여진다. 패딩형 동계점퍼를 입어야 할 장병들이 작아서 입지 못한다고 한다면, 분명 사용자 중심의 보급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올해 123억원을 추가로 패딩형 동계점퍼에 투입할 예정이다.

최초 요구한 13만원대의 소프트셀(전투임무 등 활용가능) 대신 타이트한 패딩형 동계패딩에 돈이 들어간다. 심지어 해외파병 부대에도 '경패딩'이라는 이름으로 보급이 추가될 예정이다. 자랑보다 보급의 본질에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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