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신규 투자가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각종 악재로 주춤했던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이다.
◆VC투자 1조원 넘어서
10일 바이오업계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까지 국내 벤처캐피탈이 바이오·의료 업종에 신규 투자한 금액은 9841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해 신규 투자 총액을 이미 17% 가량 앞지른 수치다.
올해 바이오업종에 대한 VC 신규투자 금액은 지난 8월 누적 8441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해 투자금을 앞질렀다. 이 추세라면 올해 바이오 업종에 쏟아진 VC 신규투자는 1조원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 각종 악재로 상승폭이 급감했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 주요 바이오 기대주의 임상3상 실패가 이어지던 지난 9월에는 바이오에 대한 VC 신규투자가 487억원에 그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신규투자 증가율도 5.7%로 처음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점차 회복 추세다. 지난 10월 VC의 바이오업종 신규투자는 913억원으로 전월보다 10% 가량 늘면서 두자릿수 증가율을 되찾은 상태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소식이 전해지며, 11~12월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띄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정윤택 제약전락산업연구원 대표는 "올해 VC 창업이 500개로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나면서 바이오업종 투자가 크게 늘었다"며 "지난 9월 기준으로 신규투자 금액이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서 올해 1조원이 넘는 금액이 바이오 업종에 투자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0년 기대해도 좋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VC 투자는 지난 2017년 3788억원에서 지난해 8417억원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 1조원을 넘기며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내년에도 이 같은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중인데다, 정부의 지원도 활발해진 영향이 크다.
2020년에는 대형 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가장 기대가 큰 이벤트다. SK바이오팜은 지난 달 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에 돌입했다. 공모 규모는 1조원, 시가총액 규모는 최소 5조원으로 예상된다. CJ헬스케어도 최근 주간사를 선정하고 IPO를 위한 채비를 시작했다. 시장 분위기가 활기를 띌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상 가치는 최소 2조원 규모다.
정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비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한템포 늦춰질 수 있다"며 "하지만 다시 활기가 되살아나는 시장 흐름에 따라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시장 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등 8개 부처는 지난 4월 연간 4조원 이상의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올해 국회를 통과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관리법' 역시 내년 8월 시행을 앞뒀다.
연세대학교 노경태 생명공학과 교수는 "현재 시장에는 투자할 만한 기술보다 자금이 더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바이오 산업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며 "아직은 기술이 취약해 올해 몇차례 실패를 겪었지만, 실패를 잊고 다음 신약을 내세우는 풍토가 생기고 건전한 투자로 단단한 기술들이 상장이 되고 하는 과정에서 산업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