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령 작가와 김태한 출판기획자가 서울 서초구 내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모습/책과강연
[b][b]"처음 시작은 흔들리는 인생에 대한 위로를 건네고 싶어서였다. 결국 내가 흔들렸던 순간에 대한 고백부터 해야 했다. 콤플렉스로 얼룩졌던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방송작가로서의 불안감, 그리고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인 결혼생활에 대한 얘기까지도….[/b]
[b]글을 쓰면서 상당 부분 위로받고 치유 받았다. 살면서 이렇게 내 이야기를 쏟아낸 적이 있었던가.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진정한 위로는 어쩌면 당신 스스로의 부끄러운 고백에 있을지도 모르겠다."[/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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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법한 대한민국 대표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한 방송작가 있다. 바로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의 저자 남희령(42·여) 작가다. 서울 서초동 인근 '책과강연' 연구실에서 만난 남 작가는 "쉼 없이 달리면서도 불안했다"며 "나의 내일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런 잡생각이 들 때마다 오늘, 바로 지금만 생각했다"고 스스로를 22년차 비정규직이라 소개했다. 그런 남 작가는 글을 통해 불안했던 내일에 활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의 저서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이 이를 방증한다. 남 작가는 글로써 어떻게 불안했던 내일에 변화를 준 것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b]- 방송작가 일만으로도 바쁠 텐데 지난 7월 초 저서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을 출간했다.[/b]
"따져보니 방송작가로 산지 올해로 22년 됐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부터 큰 병을 극복한 사람, 성공과 좌절을 통해 크게 단련된 사람들,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정작 내 자신에는 소홀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준 것은 타인의 인생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고 싶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이런 사람도 있노라'고, 함께 '잘'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b]-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했는데 방송작가의 하루가 궁금하다.[/b]
"많은 사람들이 방송작가는 글만 쓰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는 일 중에서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나처럼 교양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를 집필하는 작가들에 한해서 글을 쓰는 비중이 높다고 보면 된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 장르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내 분야인 교양·다큐멘터리는 방송작가가 아이템을 찾고, 기자처럼 취재를 하고, 촬영구성안을 짜고, 촬영된 필름을 보고 편집구성안을 짜며, 담당 피디의 1차 가편이 끝나면 마지막 가편은 작가가 같이 한다. 그리고 완성된 편집본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더빙원고를 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각을 다투는 일이다."
[b]- 시간과의 사투 끝에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이 등장한 셈인데 저서 소개를 부탁한다.[/b]
"서점에 나가보면 '위로'의 책들이 참 많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어쩌면 지금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그들의 책을 통해 위로를 받고자 했다. 하지만 뭐랄까. 진정성 있는 공감이 어려웠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의외로 우리의 삶은 수려한 문장만으로 위로를 받긴 힘이 든다는 것이다. 이상보단 현실이, 막연한 내일보단 지금에 맞는 글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을 한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한 마디에 우린 살아갈 힘을 얻을 때가 있지 않나. 내 경험담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경험과 현실에 근거한 게 이 책의 가장 강점이라 생각한다.
또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글 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요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글이란 것은 '자신의 경험이 축적되고 그 안에서 곰삭아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정한 사랑에 빠지면 '너무 사랑해' 또는 '너무 좋아'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지 않나. 내 책도 그렇게 나온 책이다. 일부러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라 내가 방송작가로 산 22년과, 방송작가로 살기 전, 24년의 시간이 잘 익어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b]- 저서 내 스스로를 "살아남았다" 표현한 글이 인상적이었다.[/b]
"방송작가의 세계는 진입 장벽이 낮다. 공채 시험이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방송작가를 시작할 때는 방송 3사에서 운영하는 방송 아카데미를 졸업해야 취업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지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구인구직을 올리기 때문에 방송에 관심이 있는 친구라면 쉽게 진입이 가능한 분야다. 문제는 100% 프리랜서(비정규직)라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이 끝날 때마다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받는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글만 잘 써서 되는 게 아니다. 아이템 찾기, 섭외, 취재, 구성안 짜기 등 다양한 과정에서 실력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22년 중, 6개월 정도를 제외하곤 공중파 3사 인기 교양 프로그램만을 집필했다. 치열하게 살았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b]- 저서를 만들기 전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본다면.[/b]
"소진되는 인생이었다. 방송작가라는 업이 실제 파급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직업이다 보니 실제 화면에 나오는 사람, 부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숨어야하는 직업이다. 출연자를 섭외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현장의 일정들을 조율한다. 촬영 방법이나 장소가 급작스럽게 바뀌기도 한다. 그러면 항상 우리들은 '플랜B(차선책)'를 준비해야했다. 어느 날 문득 든 생각은 방송에 대한 차선책은 항상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정작 나 자신의 플랜B는 무엇인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선지) 방송작가 직업 때문에 주변에서 책을 한 번 써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실제로 책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출판사의 방향과 생각이 맞지 않았다. 그 이후로 제안들을 거절하다가 어느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 향후 계획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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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피드백(수정작업)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면, 책은 피드백을 직접하는 느낌이다. 방송의 피드백은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면, 책은 깊이로 승부하는 느낌이랄까. 감사하게도 제 첫 저서에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두 번째 책을 빨리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두 번째 저서에는 어떤 내용을 담을지 구상 중이다. 또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영화사와 계약을 했다. ( 때문에)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 초에 개봉을 목표로 한 영화의 작가로도 일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에서 글작가, 영화작가까지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KBS 아침마당 및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 등도 훌륭하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b]남희령 작가는...[/b]
1974년생.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사-KBS 등 방송작가로 활동 중
2019. 7. 저서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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