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인해 제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상태에 놓인 점을 강하게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3주만에 주재한 수보회의 때 "20대 정기국회가 마비사태에 놓여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과 경제를 위한 법안들을 하나하나가 국민들에게 소중한 법안들이다. 하루속히 처리하여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지난달 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국회 본회의를 무산시킨 한국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쟁점 없는 법안들조차 정쟁과 연계시키는 정치문화는 이제 제발 그만 두었으면 한다"며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여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렇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아이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넘기게 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이번에도 기한을 넘기게 됐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위법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예산은 우리경제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 특히 대내외적 도전을 이겨나가는 데 힘을 보태며 최근 살아나고 있는 국민과 기업의 경제심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기회복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예산안 처리에 국회가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지난 30년간의 한-아세안 대화에서 최초로 한반도 문제를 특별히 논의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진 것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은 한결 같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 노력과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지지했다"며 "아세안의 지지는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 소속으로 알려진 청와대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날 오전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깊이 숙고하고 있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