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사막에도 분명히 오아시스는 있다. 단지, 신기루를 쫓은 사람들이 오아시스는 없다고 단정하며 돌아설 뿐이다. 한국의 바이오산업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난치병 환자의 생명수는 물론,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이 될 혁신 의약품은 분명히 실체가 있다.
메트로미디어가 24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2019 제약&바이오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유를 통해 K바이오가 다시 도약할 기회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2019년 한국 바이오산업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는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품목허가가 취소됐고,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연이어 실패하며 신약개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탓이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는 성장통일 뿐이며, 한단계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으로 낙관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최근 국내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들의 수출이 어렵지만 제약, 바이오산업은 여전히 매년 15% 성장률을 과시하고 있다"며 "지금 과정은 다양한 실패를 경험하는 하나의 성장통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좋은 성과들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이장규 메트로미디어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기존의 조선업, 자동차, 전자,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지켜봐야한다"며 "기업들 역시 펀딩 버블을 조성하기보다 다양한 혁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기업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의 품목허가 취소됐지만 개발은 지속돼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개발을 망설인다면 첨단 바이오 의약품 시장을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김정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4년 전 까지만 해도 한국이 1등이었는데, 그 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금은 미국과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줬다"며 "많은 국가들이 개인 유전자를 교정해 인체에 재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제 방식을 허용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국내 유일하게 유전자 편집을 통해 선천성 눈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선 유전자 치료와 유전자 교정 자체가 인체에 안전하는가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국가에서 이 방식으로 안전하게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며 "유전자 치료제가 불필요한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도록 충분히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제는 안전하게 개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제정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바이오법)'은 내년 8월 시행을 앞뒀다.
이남희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첨단바이오법이 내년에 시행되면 긍정적 효과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학계와 업계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다"며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