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케이머스 빈야드
(왼쪽부터)케이머스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케이머스 스페셜 셀렉션 카버네 소비뇽 /안상미 기자
잘 익은 과실미는 응축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다. 탄탄한 근육이다. 직설적인 힘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듯 하지만 실크와 같은 타닌이 세상 유연하다. 목넘김 후에도 여운이 한참을 간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남자 백조 무용수의 느낌이랄까.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용된 백조 무용수의 힘차고 아름다운 점프가 떠올랐다. '케이머스 스페셜 셀렉션 카버네 소비뇽'이다. 카버네 소비뇽으로 이름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와인이다.
수확기에 찾은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날씨는 눈부신 화창함 속에서 낮에는 33도까지 올라갔고, 아침엔 5도까지 뚝 떨어졌다. 수확이 거의 끝날 시기까지 카버네 소비뇽이 좋아하는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가 유지된다.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부드러운 탄닌이 얻어진다. 프랑스 보르도에선 수확기에도 시큼 털털했던 포도들이 나파밸리에선 따먹는 것마다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나파밸리 천혜의 자연조건과 재능있는 와인메이커가 만나 카버네 소비뇽의 전설로 불릴 와인이 만들어졌다.
'케이머스 스페셜 셀렉션 카버네 소비뇽'은 카버네 소비뇽 오크 배럴 중 가장 뛰어난 맛을 내는 것을 선택해 내놓는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올해의 와인 1위로 두 번이나 뽑혔다. 1984년과 1990년 빈티지다. 1위로 같은 와인이 선정된 것은 처음이었고, 그 뒤로도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1위를 차지한 바로 그 다음 1985년과 1991년 빈티지가 올해의 와인 2위, 1987년 빈티지가 올해의 와인 3위로 올랐다.
단순히 상위에 많이 랭크됐다는 말이 아니라 이른바 '케이머스 스타일'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단 뜻이다.
자넷 토마스 아시아 세일즈&마케팅 디렉터는 "나파밸리에서도 산악지대부터 평지까지 다양한 테루아의 포도밭 여덟 곳에서 카버네 소비뇽을 경작해 섞는다"며 "양조과정에서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스타일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케이머스가 카버네 소비뇽의 제왕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매해 기복 없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케이머스와 비견할 수 있는 와이너리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극히 드물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빈티지도 기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진한 농도와 빛깔에 오크향과 함께 검은 체리, 자두 등의 과실향이 풍부하게 펼쳐졌다. 와인이 지니고 있는 힘이 워낙 탄탄해 진한 풍미의 한식 육류 요리는 물론 난자완스 등 중식까지 어울릴 맛이다.
케이머스 빈야드는 찰리 와그너가 지난 1972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지금은 아들인 척 와그너가 오너이자 와인메이커로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으며, 자녀들이 모두 양조에 참여해 패밀리 와이너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에멀로 멀롯, 에멀로 소비뇽 블랑 /나라셀라
특히 척 와그너의 딸인 제니 와그너가 운영하고 있는 와이너리 에멀로는 개성있는 스타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에멀로 멀롯'은 멀롯 품종 100%로 만들었다. 가지치기로 응축력을 높이면서 케이머스 카버네 소비뇽을 떠올릴만한 풍부한 과실과 부드러운 탄닌에 균형감이 좋다.
'에멀로 소비뇽 블랑'은 소비뇽 블랑 특유의 신선하고 사각사각한 느낌을 잘 끌어냈지만 덜 익은 풀내음이 아니다. 시트러스는 물론 과일과 꽃향이 복합적인 가운데 미네랄 느낌이 세련됐다., 자료도움=나라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