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손진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내린다면 연 1.2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본격적인 초저금리 시대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명문은 많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큰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에 이어 'D(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올해 성장률의 전망치(2.2%) 달성이 녹록지 않다"며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낸 상태다.
◆기준금리 내리면 1.25% '사상 최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6일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하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전세계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지난 8월부터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동결을 고수할 명분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이는 지난 7월 3년 만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 이어 석 달 만에 또 내리는 셈이다. 연 1.25%는 우리나라 역대 최저 기준금리다.
지난 11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28%로 현재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다. 통상 국채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이 움직인다. 이미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는 의미다.
한은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신호는 꾸준히 나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정책 신호를 금융시장에 보낸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또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신인석 위원과 조동철 위원이 소수의견으로 '0.25% 금리 인하' 의견을 냈다. 금리동결 의견을 제시한 위원들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데 동의한 데다 7월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제로(0)금리' 시대 오나
시장에서는 10월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인 11월에는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금리인하가 확실시 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내년 통화정책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1.0%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0%대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제로금리 시대가 임박한 것이다.
특히 미 연준이 한은의 통화정책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 인하한 이후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여러 공식 석상을 통해 지속적인 시그널을 준 만큼 이번 10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이 이번 10월 인하를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내년 초 추가 인하를 단행해 1% 기준금리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는 물가보다는 실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인 산출갭이 더 유효하다"며 "내년 전망치를 대입해 산출갭을 구해보면 내년 하반기까지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7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단기간에 멈출 것 같지는 않다"며 "최소한 두 차례 이상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을 고려해본다면 내년에는 기준금리 1% 이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