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를 쓰는 CJ제일제당팀. /슈퍼레이스
한국타이어가 이제는 품질 경쟁력으로도 경쟁사들에 바짝 추격받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인 데다, 내구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해 슈퍼레이스 ASA6000클래스에서 출전 차량 17대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6대여서 한국타이어의 점유율이 73%에 달한다.
6000클래스는 타이어 영향력이 큰 모터스포츠다. 전세계적으로도 타이어 공급사가 2개인 대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선수들이 한국타이어를 선호했다는 의미다. 경쟁사인 금호타이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제품 성능 하락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타이어가 경영을 정상화한 후 올 중순부터 연구 개발 비용을 높이기 시작해 성능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오피셜 테스트가 불을 지폈다. 한국타이어 계열팀인 아트라스BX 김종겸 선수가 가장 빨랐지만, 금호타이어를 쓰는 엑스타레이싱 정의철 선수와 CJ로지스틱스 이정우 선수가 뒤를 바짝 따랐던 것.
8월 열린 5라운드에서도 금호타이어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타이어를 쓰는 서한GP 장현진 선수가 1위를 차지했지만 2위는 정의철 선수, 3위는 CJ로지스틱스 황진우선수가 차지하며 포디움 양쪽을 뺏었다.
한국타이어가 빠르게 대응에 나서면서 6라운드에서는 한국타이어를 쓰는 스톡카가 4위까지 싹쓸이하긴 했지만, 금호타이어가 5~7위를 지켜내며 차이를 줄였음을 확인시켰다.
한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경영난에 휘말리면서 한국타이어와 차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다시 비슷해지고 있다"며 "한국타이어가 대응 속도를 높여도 격차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성차 시장에서도 한국타이어는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고급차 라인업에서 한국타이어를 수입타이어로 빠르게 대체해왔고, 그 밖의 브랜드도 수입 타이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14년 제네시스에 장착된 한국타이어의 제품 내구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 떨어진 신뢰도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친환경차 전용 타이어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금호타이어가 르노삼성 SM3 Z.E, 넥센타이어가 현대차 코나EV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납품하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키너지 AS EV를 출시하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격 문제도 크다는 지적이다. 성능으로는 경쟁사와 큰 차별점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여전히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소매점에 최저가를 지정해준 문제로 과징금 1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타이어가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경쟁사와 큰 차이가 없다"며 "고가 제품은 수입 브랜드로, 그 밖에는 저렴하고 성능도 나쁘지 않은 경쟁사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지주사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하고 단순 생산기업이 아닌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는 회사로 변신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뿐 아니라 계열사들도 별다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탓에 주주들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BX의 경우는 자진상폐 문제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