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금강 엑슬루타워. 대전에서 가장 높은 50층 아파트다. /김재웅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전 한국타이어)가 지역민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잇딴 사망사고에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을 넘어, 대기 오염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민폐 기업'까지 전락하고 있다.
23일 현지 주민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공장이 위치한 대전광역시 대덕구 석봉동과 신일동 일대는 꾸준한 부동산 가격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강변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가 평당 1000만원 미만, 그 밖에는 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전 유성구 등 인근 지역보다도 절반 이상 낮은 가격이다. 게다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지역은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IC와 인접해 있고, 세종시와도 가까운 교통의 요지다. 금강을 끼고 있어 조망권도 매우 우수하다. 때문에 대전에서 가장 높은 '금강엑슬루타워'가 세워졌으며, 강변을 끼고 고급 아파트들이 잇따라 새로 지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도 인근에 여러 마을을 두고 있지만, 대기질 측정 전광판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김재웅 기자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주민들은 '한국타이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배출하는 매연이 문제라는 얘기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바람 방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늘 악취를 맡아야 한다"며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이 지역민들에 '죽음의 공장'으로도 유명한 영향도 크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은 지난 10여년간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나 현장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냈지만,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한 노동자가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에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잘못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타이어는 이렇다 할 사과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 대전 지역 주민은 "지인이 한국타이어에 취업한다고 하면 말리는 경우도 많다"며 "직원이 죽어도 모른척 하는데, 배출가스 관리가 잘 될까 싶어 공장 주변조차 취직을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타이어는 정전 등으로 일시적으로 전광판을 운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전광판은 켜진 상태였다. /김재웅 기자
금산군 대기질 측정 전광판 방치 사례는 한국타이어가 지역 주민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폐타이어를 연료로 사용하면서 불거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기오염 정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겠다 약속했지만, 실제 전광판이 운영된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전기가 끊겨서 일시 정지된 적이 있고, 대기질뿐 아니라 마을 공지사항을 전하는 전광판으로 운영되기도 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전광판에는 운영중이라는 메시지만이 출력되고 있었다.
한국타이어는 지역에 음악회 등 행사를 열고 나눔재단 등을 통한 지역 공헌 사업도 병행하며 지역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정작 지역민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인근 한 주민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항의를 해서 지역 행사를 늘린 것"이라며 "진짜 지역민을 생각했다면 배출가스 문제를 우선 해결해주지 않았겠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