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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동차

[메트로가 만난 기업人]키코에 KO됐다 車 졸음감지장치로 재기…엠텍비젼 이성민 대표

91년 설립 엠텍비젼, 과거 휴대폰 카메라 반도체 분야 '평정'

한때 매출 1800억원, 상장후 시가총액 5800억원 성장가도

키코에 직격탄 맞고 상폐, 이 대표는 6년간 검찰조사까지

기술력 바탕 운전자상태 감시시스템 개발, 완성차등 공략

이성민 엠텍비젼 대표가 경기 판교의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승호 기자



한 때 휴대폰 카메라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 시장 국내 1위 등의 타이틀을 갖고 있던 엠텍비젼이 '운전자상태 감시시스템(DSMS)'으로 다시 세상을 호령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내에 설치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이나 얼굴 등의 상태를 포착해 졸음 여부를 판단, 경고해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기술투자를 통해 보유한 식재산권과 700여 건의 특허를 통해 블랙박스와 운전자 졸음감지장치를 주축으로 자동차 안전 관련 제품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엠텍비젼 본사에서 만난 이성민 대표(사진)가 각오를 밝혔다.

엠텍비젼은 이 대표가 1991년 설립한 카메라 모바일 IC, 반도체 전문회사다.

회사 출범 이후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USB PC 카메라'에 적합한 칩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MP3용 카메라도 엠텍비젼의 기술로 가능했었다.

"90년대 시절 하드웨어 방식의 PC 카메라는 엠텍비젼이 처음이었다. MP3용 카메라를 납품하고 있는 와중에 모토로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삐삐'라고도 불리는 페이저용 착탈식 카메라도 그때 탄생했다. 외국회사가 먼저 손을 내밀고서야 삼성이 찾아오더라. 8만 화소가 대세였던 휴대폰 카메라 시장에서 30만 화소의 VGA급 카메라 IC는 엠텍비젼이 역시 최초였다."

그 시절 광고카피로 유명했던 '걸면 걸리는 걸리버' 폰에도 엠텍비젼의 카메라칩이 들어갔다.

창업 첫 해 2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이후 20억원, 37억원, 70억원으로 빠르게 늘더니 564억원, 1680억원 등으로 급등했다. '매출 1800억원'도 찍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엠텍비젼은 2004년 상장 후엔 시가총액이 5800억원까지 늘었다. 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이 대표의 지분가치는 1000억원 정도로 '주식부자' 반열에도 올랐었다.

380명의 임직원들이 함께 연구개발하고 만든 엠텍비젼의 카메라 반도체는 삼성, LG,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 국내외 대표 휴대폰 제조회사에 납품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똑똑한 칩이 휴대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다. 엠텍비젼은 당시 인공지능(AI)과 딥러닝도 준비하고 있었다. 시대를 앞서도 한참을 앞서갔다.

그러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가 엠텍비젼과 이 대표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키코가 환헤지상품인 줄을 몰랐다. 그냥 이자율 좋은 상품 정도로 알고 있었다. 내 자필사인도 없이 은행과 계약이 이뤄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은행이 회사에 환헤지보험을 판 것이 아니라 은행이 회사를 담보로 보험을 든 꼴이 됐다."

이 대표는 기가 막히다는 듯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잘 나가던 엠텍비젼은 추락했다. 상장폐지가 되면서 증시에서도 쫓겨났다. 그때가 매출 2000억원 도달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키코 때문에 6년간 검찰조사를 받으러 다니던 이 대표 역시 초죽음 상태가 됐다.

Zeus(제우스)라고 쓴 조그마한 대표이사실 한쪽에 있는 '2005년 11월30일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쓰인 1억불 수출의 탑이 엠텍비젼의 옛 영광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Zeus'는 엠텍비젼이 국내 한 기업과 진행했던 프로젝트명이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했다.

이성민 엠텍비젼 대표가 본사 쇼룸에서 과거 자사의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들을 설명하고 있다./김승호 기자



"국가는 기업들을 육성하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잘 나가던 기업들이 키코 때문에 재무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방치하고 회피했다. 국가가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키코만 생각하면 이 대표는 애써 억누르고 있던 화가 치민다. 살면서 딱 두번의 '하얀밤'을 경험했는데 한 번은 창업 초기였고, 또 다른 한번은 바로 키코 때문이었다.

"당한 놈만 바보가 됐다고 판사가 그러더라. 이 나라에서 기업인으로서 사람 대접 좀 받고 살고 싶다. 내가 이 나라 백성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하진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벤처기업을 창업해 고용을 창출하고, 전에 없던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키우고 회사를 성장시켜왔던 것은 국가를 위한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뭘 위하여, 누군가를 위하여'의 주인공이 바로 '국가'였는데 이젠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키코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그는 지금에 감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런 와중에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의식이 살아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애써 웃었다.

넘어졌다 일어나야 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었다. 절실히 필요할 때 국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래도 옆에 직원들이 있었다. 한 때 400명에 가까웠던 인원이 40명 정도로 크게 줄었지만 기꺼이 도전을 함께 하겠다고 모인 고마운 이들이다.

"나와 직원들의 능력과 시간을 최대한 투자해 회사가 얼마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한번 해보자고 했다. 성장의 과실도 모두 나눠갖자고 약속했다. 회사라도 커야 국가가 망하더라도 덜 망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되지 않겠냐."

국가에 배신당했지만 재기를 위해 힘찬 도전을 하고 있는 그의 머리속엔 어느새 또 '국가'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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