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금융>금융일반

논란의 '리디노미네이션'…"지금이 적기" vs "인플레·비용 우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팀장, 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홍춘욱 전 키움증권 연구원. /김희주 기자



일반 국민들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축소)이 15년 만에 최근 재논의 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차 문제 제기를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된 질문에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화폐단위를 축소하는 일종의 화폐개혁이다. 예를 들어 4000원을 4원 또는 4환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후 이주열 총재는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가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학계뿐만 아니라 금융전문가들도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0'을 세 개 떼어내는 것일 뿐 다른 의미가 없고 관련 논의를 시작하기에 적기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과도한 비용, 지하자금 양성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 "지금이 적절한 시기…빠를수록 좋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회입법조사처와 이원욱·최운열·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명재·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재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축사에서 "화폐단위 변경은 '0' 세 개를 떼어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15년 전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는 총재 재임 시절인 2004년 한은 내 대규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000원에서 1환으로 바꾸는 내용의 '화폐 선진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부정적 여론에 밀려 성사되지 못했다.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화폐 단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총금융자산, 국민순자산 등이 '조'를 넘어 '경'까지 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 달러 환율이 1000 이상을 넘어가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는 지금이 적기이나 장점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약 10년에 걸쳐 장기간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로 나선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은 공론화 및 제도 준비 기간이 4∼5년, 법률 공포 후 최종 완료까지 포함해 약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디노미네이션은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중앙은행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치·경제·사회 모든 부문에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카페에서 5000원짜리 커피를 '5.0'으로 표기하는 등 사실상 리디노미네이션이 경제주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대를 벗어난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리디노미네이션은 지금이 적절한 시기,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화폐단위가 갑자기 바뀌게 되면 경제주체들이 혼란과 혼동,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손실, 불신 등이 있을 수 있다"며 "화폐단위 변경을 하면서 교환시기를 두지 않거나 긴 기간을 주는 등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화폐단위 변경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화 단계로서 화폐단위를 낮추는 것이 낫다. 거래단위 변경은 실제 많이 이뤄지고 있다. 만약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반적으로 화폐단위 변경은 빠를 수록 좋다. 비용을 줄이고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적 비용 등 비용 고려해야"…낙인효과 우려

반대 의견도 상당했다. 자동화기기 교체와 전산시스템 수정, 회계 장부 변경 등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고 소액단위 가격 표시 절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지하자금 양성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협상력 문제가 있다. 협상력이 낮은 경제 주체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소득재분배 방향과 일치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단순히 돈을 찍어내는 비용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 등 여러가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대원군의 당백전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화폐개혁에 정치적 동기가 들어가면 반드시 실패했다"며 "기술의 발달로 점점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데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공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홍춘욱 전 키움증권 연구원은 낙인효과, 트라우마 등을 언급하며 "터키는 정책금리가 연 25%에 이르는 사실상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가 잘 돌아가는 선진국 가운데 리디노미네이션을 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세계 몇 위냐 할 정도로 외국 투자자들의 평가에 관심이 많은 나라다"며 "화폐단위 변경 자체에 대한 논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