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는 취득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동산에 대한 실질적인 점유상태를 중단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취득시효 성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김모씨가 S저축은행을 상대로 낸 근저당권말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95년부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4783.471㎡(1447평)의 토지 가운데 일부인 102.479㎡(31평)를 지분인수 방식으로 매수했다. 아울러 해당토지 위에 지어진 건물도 함께 매수했다.
2015년 김씨는 20년 이상 특정토지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토지(31평)은 자신이 시효취득을 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유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토지는 김씨가 소유한 부분과 다른 사람이 소유한 부분으로 필지가 분할 됐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분할 전 토지에는 김씨외 다른 사람의 지분이 포함돼 있었고 이중 한 사람이 토지소유지분을 담보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출 당시 저축은행은 대출고객의 지분만큼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했는데, 현행법령에 따르면 토지가 분할되더라도 근저당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할된 토지에 모두 남게 된다.
결국 김씨는 자신과 상관없는 대출 때문에 설정된 근저당을 떠안게 됐고, 법원에 근저당 말소 청구를 제기하게 됐다. 그러나 저축은행 측은 재판과정에서 시효취득은 2015년 이고 근저당 설정은 2009년이어서 시효취득 자체가 잘못이라며 강력반발했다.
법원은 일관되게 김씨의 손을 들어 줬다. 압류나 가압류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사유는 되지만 시효취득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 김씨의 승소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