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업종이나 규모 등에 따라 다르게 해야한다는 '구분적용'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가 관련 토론회를 열고 '규모별 구분적용'을 위한 입법을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고, 국회의원들도 유사한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시행 30년이 훌쩍 넘은 최저임금 제도를 놓고 변화의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이대로는 안된다' 토론회에서 기조발제자로 나선 한국항공대 김강식 교수는 "개별 업종이나 개별 사업체의 서로 다른 경영환경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로 구분적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988년 처음 시행된 최저임금법에는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실제로 시행 첫 해 28개 업종을 1군과 2군으로 나눠 각각 다르게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객관적 기준의 모호성, 업종별 노사간 이해 충돌 등을 이유로 첫 해만 나눠서 적용한 뒤 이듬해인 1989년부터는 일률적으로 적용해오고 있다. '똑같은 최저임금 적용'은 30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업종별 구분적용을 해야하는 근거로 ▲인당 부가가치(2015년 조사 기준) 격차(전기·가스 등 4억1900만원 vs 숙박 및 음식점업 2400만원) ▲업종별(2017년 조사 기준) 연봉격차(전기·가스 등 6311만원 vs숙박 및 음식점업 2004만원) ▲업종별 최저임금 영향률(2019년) 차이(농업·임업 등 59.9% vs 제조업 13.8%)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업종별 최저임금 영향률과 미만율, 업종별 경영성과 및 지불능력,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업종별 구분적용 시행초기에는 업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설정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세분화를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상공인의 경우 최저임금이 큰 부담이 돼 5인 미만 사업체에 대해선 최저임금 적용을 예외하거나 또는 최저임금을 감액해 적용하는 등 '규모별 차등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생산성과 지불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임과 동시에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고용문제를 최소화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기업의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제도권으로 포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도 '구분적용'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업의 종류 및 근로자 연령 등에 따라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법에도 '최저임금을 정할 때 업종별로 구분하여 적용하도록 의무화하되, 이 경우 산업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 등을 위해 '내년 적용 최저임금을 동결한다'는 선언이라도 해야한다"면서 "업종·규모별 사정이 모두 다른데 최저임금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차등화돼야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중소기업학회장인 연세대 이지만 교수의 사회로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 파이터치연구원 라정주 원장, 강원대 김희성 교수, 한국주유소운영업조합 김문식 이사장 등이 열띤 토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