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반도체 등 세계 1위 제조업 모두 중국에 위협받아
산업연 "주력산업 구조전환부터…정부는 선제 투자해야"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라인. 사진/뉴시스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위험부담이 큰 프로젝트에 선제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가정책 연구기관 산업연구원(KIET)은 '한국 산업의 발전 잠재력과 구조전환 방향 발표'를 통해 "제조업 향상을 위해 '한국형 산업발전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은 현재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부가가치 기준 3%대 비중을 유지 중이다. 주력산업 생산·수출·출하 부문은 세계 시장에서 1위부터 10위 안에 있다.
한국은 현재 조선해양·디스플레이·반도체·통신기기 분야에서 세계 생산 1위 기업을 보유했다. 석유화학은 4위, 자동차·가공공작기계·철강 부문은 6위국에 자리한다.
다만 한국 제조업의 전 산업 부가가치비율은 30%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제조업의 평균 부가가치율이 35%라는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제조업의 부상도 한국을 위협한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국제 경쟁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최대 중국 연구소 독일 메릭스(MERICS)도 지난 2016년 중국의 '제조 2025' 사업 추진으로 한국 제조업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성장으로 한국의 철강·조선·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은 이미 직접적으로 타격받았다고 진단했다. 주력산업 시장규모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고, 공급구조의 변화와 경쟁강도는 달라질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특히 현재 제조 세계 1위인 조선·통신기기 등 분야의 성장성을 낮게 평가했다. 주력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만, 생산·수출 부문에서 제품구조 고도화는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선·해양의 경우 기본설계와 기자재, 모듈, 개조 생태계가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원격모니터링이나 설비운영 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디스플레이는 핵심제조장비의 일본 의존도가 높고, 스마트폰의 경우 플랫폼·모바일SW·핵심기술 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신제품 기획역량과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산업이 전반적으로 대량생산기반 제품 비중이 높고, 노동·자본 등 요소 투입형 성장에 기반한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총요소생산성이나 혁신활동이 낮다는 고언이다.
보고서는 또 "우리 주력산업은 2000년대 이후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 진출에 주력했다"며 "양적 규모 확대에 주력했으나 제품 구조를 고도화하거나 수요 변화 트렌드에 대응하는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대중 수출 정체'와 '주요 시장 수출확대 제약 심화', '내수 수입비중 증가'란 3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주력산업의 구조재편과 산업혁신 전략. /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한국형 산업발전모델'은 주력산업의 구조전환부터 한다. 구체적 주요 추진전략은 ▲한국형 발전비전과 제조업 혁신 로드맵 수립 ▲생산구조 혁신과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 ▲공정혁신과 장비산업 고도화 연계 ▲산업간 연결·협업을 통한 새 생태계 조성 ▲가치사슬 도약을 위한 제조연관 서비스업 발전 ▲혁신주도 핵심인력 확보·구축 ▲산업정책 중앙통제타워 정립 등이다.
한국형 산업발전모형은 산업발전단계와 경쟁우위를 고려해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공장의 경우 제품구조 전환과 가치창출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하는 방식도 취한다.
기업의 투자와 인수·합병, 공동투자에 대한 경쟁제도와 지배구조 등 기존 제도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합적인 산업정책을 설계·추진하고 정책을 기업, 고용, 교육 등과도 연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정부는 시장 실패에만 개입하는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 기업이 투자를 회피하거나 주저하는 프로젝트에 선제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의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민간부문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확산을 촉진해야 한다"며 "정책개입에 의한 구축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