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에게 쌓인 '반기업 정서'와 '선입견'을 풀어 재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1일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윤창현 교수는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업은 정부와 국회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당정은) 기업의 실리를 고려하면서 명분을 추진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또 "당정 요구를 다 들어주면 기업에게 경제까지 살리라는 것은 학생에게 모든 교과목을 잘하라는 얘기"라며 "명분만 추진하면 실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정의 재계를 향한 애매한 규제 해소와 정책 활성을 위한 요구는 줄을 잇는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 1호로 국회 내 '수소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추진했다. 규제를 풀어준다며 충전소 설치를 현대자동차에 맡겼지만, 국내 수소차 대수가 지난해 말 기준 893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보며 장기적 투자를 하는 셈이다. 충전소 부지 임대비용 부담 여부도 아직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 현대차 측의 부담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가 짊어져야 할 정책 활성화 총대를 기업에 매게 하는 경우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부터 "삼성이 소프트웨어 인적자원이 부족해 연간 2000~1만명을 육성한다는데, 10배 정도 늘려줬으면 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심지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기대와 주목에 상응하게 잘해주길 바란다"며 압박 발언을 하기도 했다.
꽉 막힌 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실시한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며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라는 원론적인 발언을 전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사회적 기업 관련 법에 대해) 거의 2년 전에 (대통령께)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그런데 (입법 절차)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언중유골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윤창현 교수는 "당정은 기업의 부담은 덜어주면서 일자리 창출 등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나 접점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반기업 정서는 유지하면서 '공정경제'를 말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이 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구만 하고 기업의 얘기는 들어주지 않는다면 전시행정"이라며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화여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란 게 윤 교수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