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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기자수첩]애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주의 한 대형병원 정신과 의사가 죽임을 당했다. 얼마 전, 겨울 휴가를 보낸 시드니에서의 일이다. 같은 병원 정신과에 근무하는 필자의 친구는 동료의 죽음에 충격에 빠져있었다. 공교롭게도 고(故) 임세원 교수의 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쯤 지난 시점이었다. 임 교수는 지난해 마지막 날, 강북삼성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사망했다. 목숨을 내놓고 진료하는 의료진의 현실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지에서 접한 사건의 내용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호주 의사는 업무 외 시간, 카페에서 살해됐다. 그가 진료하던 정신질환자가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다. 호주 정부는 '병원 외부에서' 의료진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호주 병원 내에선 의료진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진료 전, 정신질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과 지인들을 탐문해 환자의 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장의 서류를 작성한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위험성이 높은 환자는 두명 이상의 의사가 함께 진료하고, 보안 인력도 배치하도록 의무화 했다. 모든 정신과 진료실은 문을 양쪽으로 내고, 의사는 비상 통로로 이어지는 문 앞에서 진료를 본다. 진료실과 복도에 비상벨이 설치된 것은 물론, 모든 의료진은 비상시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경보를 울릴 수 있는 장치를 몸에 지닌다. 경보가 울리면 즉각 출동하는 보안 인력도 상시 대기 중이다. "한국 의료 수준이 더 높은데, 그럴 수가 있어?"라고 친구가 물었다. 흉기를 휘두르는 환자를 앞에 두고, 병원 복도로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의 의료 환경은 얼마나 비참한가.

임 교수의 직속 선배였던 정신과 전문의는 충격 속에서도 "내 환자는 그렇지 않다"라는 믿음으로 진료를 계속한다고 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 정부가 최선을 다해 의료인 안전을 보장하는 '임세원 법'을 마련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떠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애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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