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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13>기해년엔 황금돼지 한 잔

/안상미 기자



이탈리아의 한 엔지니어가 가업을 이어받아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탈리아 와인 산지로 이름난 토스카나 끼안티 지역에서다. 전통 품종인 산지오베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엔지니어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슈퍼투스칸 와인을 만들기 위해 국제 품종인 카버네 쇼비뇽을 심은 것. 슈퍼투스칸은 말 그대로 토스카나에서 만들어진 품질이 탁월한(super) 와인을 말한다.

몇 년을 기다린 끝에 첫 포도를 수확하려던 엔지니어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만다. 전날 밤 야생 멧돼지들이 내려와 와인을 만들어야 할 포도를 모두 먹어 치우면서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화가 난 엔지니어는 멧돼지 사냥에 나섰고, 그 중 일부는 이들의 식탁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카버네 쇼비뇽 품종의 포도를 실컷 먹은 멧돼지 고기가 너무나 맛있었다. 특별한 맛에 엔지니어는 이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최고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그렇게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치냘레'가 탄생했다. 멧돼지 습격사건 1년 뒤 1986년에 첫 빈티지가 나오자 특별했던 고기 맛처럼 와인에도 좋은 반응이 쏟아졌다. 와이너리 입장에서는 성공을 안겨준 행운의 돼지인 셈이다. 그래서 와인 이름도 멧돼지로 짓고, 와인 라벨에도 멧돼지를 그려 넣었다. 이탈리아어로 멧돼지는 '칭걀레'다. 와인 이름 '치냘레'는 멧돼지를 말하는 토스카나 방언이다.

/각기 다른 6개의 멧돼지 드로인



와인 라벨에 그려진 멧돼지도 한 종류가 아니다. 역동성 있는 멧돼지 드로잉이 모두 6가지다. 6본입 케이스에는 각각 다른 6개의 멧돼지 라벨이 붙어있다.

연간 약 만 병 정도 생산되는 멧돼지 와인은 카버네 쇼비뇽과 멀롯을 9대 1로 섞었다. 달콤하게 잘 익은 윤택한 검은 체리와 열매과일의 느낌이 혀 안으로 미끄러지듯 흐른다. 담배향과 흙 내음, 감초 풍미도 느낄 수 있다.

와인은 힘있고, 농도도 짙지만 신세계의 카버네 소비뇽에 비해 덜 직선적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복잡하고 오묘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20년 이상의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왼쪽부터)깜포 디 사쏘 인솔리오 델 칭걀레,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치냘레, 사쏘레갈레 로쏘 마렘마 토스카나, 사쏘레갈레 베르멘티노



'깜포 디 사쏘 인솔리오 델 칭걀레' 역시 멧돼지 한 마리가 와인 라벨에 그려져 있다. 칭걀레는 멧돼지, 인솔리오는 멧돼지들이 떼를 지어 뒹굴며 장난치고 목욕하는 습지란 뜻이다.

깜포 디 사쏘 인솔리오 델 칭걀레도 국제 품종으로 만들어졌다. 시라와 카버네 프랑, 멀롯을 각각 30% 안팎으로 섞었다. 감칠 맛 나는 과일적 풍미와 매끄러운 면감의 탄닌이 입안을 맴돌다가 에스프레스와 같은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사쏘레갈레 와이너리에서 만든 레드와 화이트와인엔 모두 황금돼지 얼굴이 라벨을 빛낸다. 토스카나의 새로운 와인산지인 마렘마를 느껴볼 수 있는 와인이다.

레드와인인 '사쏘레갈레 로쏘 마렘마 토스카나'는 전통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국제 품종인 커버네 쇼비뇽을 절반 가량씩 섞었다. 부드러움과 동시에 입안을 쪼여주는 탄닌과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화이트와인인 '사쏘레갈레 베르멘티노'는 전통 품종인 베르멘티노로만 만들어졌으며, 레몬, 감귤, 복숭아 등의 향과 함께 지중해 허브의 향도 느껴볼 수 있다.

풍요와 풍요가 만났다. 기해년 (己亥年) 황금돼지 얘기다. 올해 와인셀러에는 금빛 돼지와인으로 복을 한가득 담아놔도 좋겠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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