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④본게임 들어가기 전에 체력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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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④본게임 들어가기 전에 체력방전

최종수정 : 2019-01-17 10:40:22
규제와 먹튀자본에 힘빠진 기업들

주주행동주의 한국편 사례 자료 DB금융투자
▲ 주주행동주의(한국편) 사례 자료= DB금융투자

 행동주의 투자 전략별 증가율 자료 JP Morgan 2015 ,DB금융투자
▲ <행동주의 투자 전략별 증가율>자료: JP Morgan(2015),DB금융투자

#. 지난해 3월 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에서 AS·모듈 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는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父子)가 다른 계열사들이 보유한 존속 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이면 기존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순환출자 구조는 깨끗이 해소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달여가 지난 5월 21일. 기존 개편안을 거둬들였다. 정 부회장은 개편안을 거둬들이면서 "시장과의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사업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배경에는 벌처펀드로 알려진 미국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에 어깃장을 놓은게 컸다.이들이 내 놓은 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안이다. 이 같은 엘리엇의 대안은 국내법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딴지걸기가 처음도 아니다. 엘리엇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매입한 후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미국계 헤지펀드로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사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반대한 바 있다.

#. LG그룹은 서브원의 소모성자재(MRO)사업부 분할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대응이다. 서브원은 지주사 ㈜LG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다. 서브원은 "거래 기업의 구매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을 효율화 할 수 있는 MRO 사업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운영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성장에 제약이 있고 임직원 사기 위축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사업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들이 본게임에 뛰어 들기도 전에 지쳐 가는 모양새다.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힌 기업들은 신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행동주의로 포장한 글로벌 투기자본의 딴지 걸기에 체력을 쏟아 부어서다.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는 뒷전으로 밀릴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한국경제를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에 몰아 넣을 가랑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달콤한 이익에 투자 밀려…결국 주주에 부메랑

 행동주의 투자 전략별 증가율 자료 JP Morgan 2015 ,DB금융투자
▲ <행동주의 투자 전략별 증가율>자료: JP Morgan(2015),DB금융투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한진칼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한국판 엘리엇' KCGI(사모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얘기가 나올때 마다 지배구조 관련 계열사들의 등락도 들썩인다. 소액주주들은 팔장을 끼고 있다. 이들에 편승해 배당이라도 많이 받아볼 심산이란 지적이다. 문제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우 실적이 나빠진 상태다. 기업이 남은 현금을 배당으로 모두 소진한다면 투자자금이 부족해 향후 실적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낮아진다. 일부 기관 투자자들이 엘리엇과 한국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유다.

국내 한 기관 투자 관계자는 "당장의 이익은 달콤하다. 하지만 미래가치에 투자할 때 그 열매는 크고,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칼도 경영권 방어에 힘을 쏟느라 체력이 방전돼 간다. 글로벌 항공사에 파이를 다 빼앗길 판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행동주의 투자에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갖춘 올바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기업의 CEO가 만들어낸 균형에서 투자자는 새로운 균형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목표에 따라 전략을 하나씩 실행하는 것이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넬슨 펠츠(Nelson Peltz) 트리안 펀드 매니지먼트(Trian Fund Management) 설립자는 "시장은 이미 너무나 효율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 지 예측하는 대신, 주식을 산 뒤 그 기업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김예구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의 향후 실적을 전망해 투자하는 소극적 방식에서 탈피, 직접 경영에 개입하여 기업의 미래 실적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자본구조·사업전략 등에 대한 전면적 혁신 및 구조조정(restructuring)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거물 칼 아이칸은 1985년 트랜스월드(TWA) 항공을 LBO(차입매수)를 통해 적대적 인수한 후 핵심자산 매각 등의 방식으로 단기 차익을 극대화해 '기업사냥꾼'의 전형으로 인식(Icahn이 손을뗀 후 TWA는 3번의 부도 후 매각)됐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e베이(2014년 말 시가총액 $71B)·애플($641B)·바이오젠($83B) 등 대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장기적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업 구조조정 등을 제안하고, SNS 등 미디어를 통해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새로운 행동주의 투자로 전환했다.

◆ 과도한 내부거래 규제, 산업 효율성 저하

"정부 개입은 결코 시장 실패를 막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유권자의 외면 속에 눈앞의 이익만 쫓는 정치 권력과 정부 관료들의 개입이 시장을 오히려 왜곡시킨다." 자유주의 경제학 및 통화주의의 대부 데이비드 프리드먼(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이 2014년 한국을 찾았을 때 한 말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기업 환경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기업과 산업 정책으로 내건 대선 공약의 키워드인 '재벌 개혁'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개혁 만큼 따라주지 못하는게 과도한 규제다.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은 1500개 이상 발의됐고, 이 중 833개가 규제법안이었다. 과도한 내부거래 규제가 산업의 효율성까지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최소한 외국에 있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기업도 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며 "규제가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신산업 분야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과 한국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모두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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