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며 소리지르는 와인이 있다. 향으로든 맛으로든 말이다.
반면 은은하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이는 와인이 있다. 부러 찾아가 그 맛과 향에 집중하고 발견해줘야 하지만 풍부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의 와인은 후자다. 장식적인 요소가 없다. 장식없이도 빛나려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땅에 집중하고, 제대로 포도농사를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그르기치 힐스 이보 예라마즈 부사장(오른쪽)과 마야 예라마즈 수출 담당이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이보 예라마즈(Ivo Jeramaz) 부사장은 "와인의 모든 풍미는 땅에서 나온다"며 "그르기치 힐스의 모든 포도밭은 유기농 공식 인증을 받아 다채로운 풍미는 물론 와인에 독창적인 개성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르기치 힐스에서 와인메이킹과 포도밭 관리를 맡고 있다.
사실 그르기치 힐스는 '파리의 심판'으로 더 유명하다. 당시 세계 최고로 꼽혔던 부르고뉴의 명 화이트 와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샤또 몬텔레나의 와인메이커가 바로 그르기치 힐스의 설립자 마이크 그르기치다. 파리의 심판은 위대한 샤도네이는 부르고뉴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신화를 깨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크로아티아 이민자인 그르기치가 본인의 와이너리인 그르기치 힐스를 세울 수 있도록 해줬다.
/마이크그르기치가 지난 1974년 그르기치 힐스를 세우고 첫 삽을 뜨고 있다. 자신만의 독립적인 와이너리라는 의미에서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췄다.
그르기치는 그저 자연과 포도나무가 내는 소리에만 귀 기울일 뿐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이 일하게 내버려두고, 사람은 최소한만 개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철학은 양조자가 2대로 내려와도 변함이 없다. 예라마즈 부사장은 그르기치의 조카로 역시 크로아티아 태생이다.
그는 "위대한 예술품의 가치는 독창성과 개성에 있는 것처럼 그르기치 힐스는 완벽한 와인이 아니라 독창적, 개성적인 와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매년 더 심오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퓌메 블랑,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진판델,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카버네 쇼비뇽
'샤도네이의 제왕'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위대한 샤도네이의 3가지 요소인 섬세한 꽃향기와 풍부한 과실의 풍미, 미네랄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부르고뉴 샤도네이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만 산도를 보존하기 위해 젖산발효는 하지 않는다.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든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퓌메 블랑'은 음식의 맛을 한 층 더해준다. 짭짤한 염분을 포함한 풍부한 미네랄 덕분이다. 필요이상의 날카로움 없이 긴 여운으로 10년 안팎의 장기숙성도 가능한 와인이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진판델'은 예라마즈 부사장이 꼽은 한식과 가장 어울리는 와인이다. 이방카 트럼프가 한국에 왔을때 청와대 만찬주로도 사용됐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카버네 쇼비뇽'은 카버네 쇼비뇽에 메를로와 카버네프랑 등을 블랜딩했다. 10년 이상 장기숙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서 유연하고 부드러운 동시에 견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르기치 힐스는 설립 초기부터 차입없이 자기자본으로만 와인을 만들어냈다. 나파밸리에서 비슷한 품질의 와인 대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이다. 좋은 가성비 덕분인지 올해 그르기치 힐스의 수출 시장에서 한국이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 자료도움=나라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