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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3일 (일)
사회>사회일반

[희망 2019] ① ‘제주도 호빗’ 서명숙의 올레길, 세계를 ‘평화반지’로 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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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포기해온 새해 계획에 얼굴이 빨개지는 연말이 왔다. 그 많던 계획을 세운 건 남들의 시선인지, 아니면 진짜로 되고 싶은 미래의 나였는지 여전히 헷갈린다.

이 어려운 질문에 온몸으로 대답해온 사람들이 있다. 길과 길을 잇거나 계란으로 바위를 깨거나, 성공의 기준에 굴복하지 않은 반항아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걷든 뛰든, 너 자신을 믿어라.’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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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에게 '방문객 통계'는 의미가 없다. 경험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는 감동의 정도와 경험의 질, 이런 것이 (숫자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봐요. 10만명이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알고 다녀가면, 1000만명 이상의 감동에 견줄 수 있을 테지요. 반면에 당장 1000만명이 왔어도 다시는 안 오고 한때 유행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어요."/제주올레



사람의 욕망을 반지에 비유한 소설 '반지의 제왕'은 우리 마음 속에 열한 번째 손가락이 있다고 암시한다. 누구나 세상의 영욕을 다스릴 반지, 그 모든 욕심을 채워줄 유일 반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지를 내려놓고 세상이란 손가락에 둥근 길을 끼워주는 이도 있다. 지난달 10일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싫증도 잘 내고 겁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에는 무모하게 덤빈다. 너무 하고 싶어서 올레길을 냈다"고 말했다. 초록 두건과 상의를 입은 그의 옆에는 몸의 절반에 달하는 배낭이 부풀어 있었다. 숲 속 요정의 옷을 입고 절대반지를 없애려 길을 떠난 호빗, 겁 많고 용감한 프로도의 모습이었다.

지난 10월 개장한 일본 '미야기 올레'는 규슈 올레(2012년)와 몽골 올레(2017년)에 이은 제주올레의 세 번째 자매길이다. 제주올레는 내년 베트남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제주올레



◆영초언니 따라 나선 '반지 원정대'

서 이사장이 제주올레라는 '큰 반지'를 만든 배경엔 참혹하게 아름다운 20대 시절이 있다. 제주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1976년 고려대에 입학한 명숙은 '고대신문' 기자 생활로 독재시대를 절감했다. 입법반지·사법반지·행정반지를 지배하는 절대반지의 주인 사우론. 사람들은 그를 박정희라고 불렀다. 학창시절 배운 '한국식 민주주의'의 실체를 알게 될 무렵, 졸업한 신문사 선배 천영초를 만났다. "영초언니 같은 사람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나지 못했어요. 지혜롭고 집요하고 다정했지요. 민주화 운동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의 결정을 기다렸어요.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인정하는 분이었죠."

이후 수유리에서 영초언니와 자취한 시절은 여성이 학생운동의 조연에 머물던 고대에서 큰 위로가 됐다. 고대 여학생 10명이 책 읽고 토론하는 모임 '가라열(열 사람이 여성해방·독재타도·노동자 해방의 길로 간다는 뜻)'을 만들고, 구속된 학생들에게 내복을 전달했다. 이들 중 한 명인 생물학과 선배 이혜자가 학생들을 이끌고 학교 정문 옆 경찰 가건물을 부수며 야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숙은 밤새 시위 촉구 유인물을 찍어 이웃 대학들에 배포했다. 같은 뜻, 저마다의 방식으로 절대반지를 파괴하려는 '반지 원정대'였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혜자 언니의 구속 이후 모임은 시들해졌고, 명숙은 어머니의 부르튼 손을 보며 "비겁해지기로" 했다. 영초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숙을 보내줬다. 그는 프로도의 선택을 존중하고 함께 걸어준 마법사 간달프였다.

안도감은 잠시. 명숙은 영초언니 자취방에서 만든 유인물이 발각돼 모진 고문을 받다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다. 영초언니는 독방에 끌려갔다. 1979년 4월이었다.

그해 9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명숙은 236일만에 석방돼 고향 서귀포로 돌아왔다. 절대악 사우론이 법의 심판 없이 허망하게 쓰러진 직후였다. 하지만 고향에서 명숙을 기다린 건 빛보다 빠른 소문과 잔인한 시선들이었다. 그는 훗날 올레 7코스가 된 외돌개 주변 솔숲을 지나 폭풍의 언덕(서 이사장이 너럭바위에 붙인 별명)에 앉았다. 바다를 타고 삭풍이 불어왔다. "그때는 걷는 즐거움을 몰랐어요. 다만 누군가의 관심이나 천 마디 말보다는 '말 없는 자연의 응시'가 내 가슴을 쓸어주고 위로하는구나…. 올레의 씨앗은 이때 싹을 틔웠지요."

프로도가 반지를 없애는 데 성공한 이유는 지름길만 부지런히 내달려서가 아니다. 가끔 쉬었기 때문이다. 제주 올레의 상징인 네모난 말의 이름 '간세(사진 속 모형)'는 게으름을 뜻하는 서 이사장의 별명 간세다리에서 따왔다. "올레꾼은 되도록 천천히 갔으면 해요. 구름도 봤다가 좀 멈춰서 한없이 멍 때리다가…. 우리는 운동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걷기를 통해서 일상을 털고 제주를 느꼈으면 해요." 사진은 제주올레 6코스 우정의 길인 스위스 체르마트 5개 호수길./제주올레



◆'내 안의 절대반지' 버리니, 올레가 찾아왔다

박정희 정부는 사라졌지만, 군부독재라는 절대반지는 전두환의 욕망을 자극했다. 결국 두 번째 암흑의 탑이 세워졌고, 시간은 1987년 6월을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반지는 두 개의 탑과 함께 파괴됐다. 2년 뒤 '시사저널' 경력기자가 된 명숙은 정치부에서 전쟁같은 취재를 이어갔다.

어느새 서명숙 기자의 마음 속에선 또 다른 절대반지가 욕망을 속삭였다. 특종과 더 높은 지위, 영향력이었다. "남이 못 쓴 기사와 탐사보도, 새로운 시각의 칼럼을 위해 23년을 달렸어요. 수많은 소송과 함께 피로감도 쌓였죠. 특히 모르는 걸 아는 듯 지시해야 했던 황우석 사태 때 절망했습니다. 이미 기자생활에 대해 고민하던 때여서 절대반지를 던지기가 어렵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죠." 2006년 7월 사직서를 던진 그는 치유를 위해 스페인 산티아고 800㎞ 순례길에 오른다.

잊혀진 올레의 뿌리가 마음 속 지층을 뚫고 나온 계기는, 그곳에서 만난 영국인 활동가의 신랄한 비판이었다. '24시간 미친듯이 일하고 마시며 질주하는 한국인에게는 걷기를 통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순례길을 걸으며 '제주도에 이런 길이 있다면 산티아고 못지않게 아름다울텐데'라고 생각했어요. 서울 살 때 외면했던 제주의 돌담과 유채꽃이 떠올랐죠. 주차장과 입장권으로 나뉘어진 제주 명소를 길로 연결하면 그 사이에 있는 삶과 정서, 역사가 숨쉬는 길을 볼 수 있을텐데. 그런데 그 여자가 '네가 길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잖아요. 그렇게 마지막 '그 지점'을 탁 건드려줬지요. 민주화 운동 때 영초언니가 하나의 시선을 더해줬듯이."

이후 동생과 시사저널(現 시사IN) 후배들이 길을 내는 데 합심해, 2007년 9월 서귀포 시흥리에 첫 올레길을 냈다. 손수 돌을 고르고 나무에 끈을 묶어 방향을 알렸다. 5년 반 만에 제주 해안을 한 바퀴 도는 425㎞ 26코스가 완성됐다. 길 위에 집과 사람과 자연이 연결된 올레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2박 3일 관광지였던 제주도는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달 살이 여행지가 됐다. 일본과 몽골에 수출된 올레는 내년 베트남 진출도 앞두고 있다.

서 이사장이 염원하는 세계 평화의 길, '피스 올레(Peace Olle)'를 향한 여정도 시작됐다. 그는 지난 9월 산티아고에서 열린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orld Trails Network) 컨퍼런스에서 국제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 피스 올레를 제안했다. 서 이사장이 하루 빨리 내고 싶은 길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강제 징집됐다가 제주도에 정착하신 아버지의 고향, 함경북도 무산행 올레다. "산티아고에서 가장 충격적인 기억은, 프랑스 국경인 생 장피드포르 마을에서 두 발로 스페인에 걸어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아버지의 땅도 못 가봤는데' 하는 생각에 울컥했죠. 지프차 운전기사였던 아버지는 생전에 통일이 되면 우리를 그 차에 태워 무산까지 가겠다고 말씀하곤 하셨어요. 이번 홍보대사직을 수락하면서 이사회에 '올레를 전세계 사업으로 가져가자'고 제안해 채택됐습니다. 길 없는 곳을 잇고 분쟁지역 간 소통의 길을 뚫자고. 특히 일본 규슈와 미야기 올레는 한일 민간외교의 무대라고 볼 수 있죠."

서명숙 이사장이 지난 9월 산티아고에서 열린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orld Trails Network) 컨퍼런스에서 제주올레를 소개하고 있다./제주올레



◆결국 돌아오는 행복, "살암시민 살아진다"

올레 생각에 한껏 부푼 그의 표정을 바꾸고 싶다면 '어느 코스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된다. 길도 사람처럼 살아있기 때문이다. 햇볕의 강도와 날씨, 마주친 사람에 따라 그날의 풍경은 달라진다. 인생도 그렇다. "꽃길만 걸으라는 사람의 곱고 애틋한 의도는 좋지만, 인생에는 영원한 깔딱이 고개도 꽃길도 없어요.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레의 풍경이 기대와 달라 실망하던 사람들이 고생끝에 '짠' 하고 나타나는 예쁜 바닷길을 보고 놀라요. 꽃길만 걸으면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인식하는 데 둔해져요. 과거 올레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평소 나를 한껏 치켜세우던 세상의 손가락질에 절망해 자살충동을 느낀 적도 있어요. 입장료를 받거나 세금을 쓰지도 않았는데, 길을 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준 일이 폄하돼 괴로웠어요."

가장 따뜻한 손을 내민 사람은 제주올레를 반대했던 해녀 할머니였다. "넋이 나가 두문불출하다가 바닷가에 잠시 나갔어요. 그 분이 아무말 않고 딱 한 마디 하더군요. '살암시민 살아진다.' 계속 살면 살게 된다는 뜻이거든요.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이 고비 넘기면 볕들 날 온다는 말씀이죠. 산전수전 공중전 백병전 다 겪은 분이 온 생애를 담아 해 준 말씀이예요." 지난 8월 기준 구직 포기자가 182만4000명에 이르는 현실에서, 서 이사장이 청년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제주올레는 도시 청년 세 명을 초청해 10월부터 4달간 제주에서 머물게 하는 '청(靑)정(停)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보라는 의도다.

서 이사장의 초대장에는 교정시설에 수감된 청소년들도 적혀있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과 2000㎞를 걸으며 사회의 문턱을 넘도록 돕는 프랑스 사회단체 '쇠이유(Seuil·문턱)'가 모델이다. "작년부터 법무부에 말하고 있어요. 저는 징벌로는 청소년 범죄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봐요. 자기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야 하는데, 자연만큼 사람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건 없어요. 지금 아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자극에 노출돼 있고, 비좁은 공간에서 경쟁에 내몰리죠. 여기서 탈락한 애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쇠이유도 현지에서 어떤 교정시설에 가뒀을 때보다도 재범율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소수의 학생부터라도 선생님이나 공직자 출신 자원봉사자, 길 위의 선생님과 대자연에서 소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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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반도체 장비 등 주요 전자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전자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자국 빅테크 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고 소비자와 관련 업계 부담을 낮추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용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약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일 오전 0시 1분부터 소급 적용되며, 이미 납부한 관세도 환급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전자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애플은 전체 아이폰 생산 물량의 9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절반가량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 베트남산 제품에는 46%의 관세를 예고한 바 있어 이번 조치로 두 기업 모두 상당한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반도체 업계 역시 이번 조치로 일부 숨통이 트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메모리칩, D램 모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완제품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장비까지 상호관세 면제 품목에 포함시켰다.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이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인 조치다. 특히 반도체 장비는 향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투자에 핵심이 되는 분야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 정책을 고려해 수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일시적 완화 조치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 등 핵심 기술 품목에 대해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관세 등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다. 이미 철강과 자동차에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14일(현지시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당초 25% 수준의 관세 부과를 예고해왔으나,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관세율 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이혜민기자 hyem@metroseoul.co.kr

'최악의 위기' 車 부품업계, 트럼프 관세에 신음…현지화 전략 가속화

'최악의 위기' 車 부품업계, 트럼프 관세에 신음…현지화 전략 가속화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미국 현지화에 집중하는 게 맞는 건지 답답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으로 우리의 수출을 견인하는 자동차 산업에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지난 2일(현지 시간)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체 자동차 수출의 49.1%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수출금액은 51조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등 미국 수출이 높은 국내 완성차 업체는 버틸 체력이 있지만 부품 협력 업체들은 존폐 위기까지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 HMGMA(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앨라배마(현대차) ▲조지아(기아) 기존 공장과 함께 미국에서 연간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HMGMA는 향후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추가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규모를 120만대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국GM은 전체 생산 물량의 85%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GM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총 49만9559대 중 미국에 수출한 물량은 42만대에 달한다. 인천 부평공장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 '버틸 체력'이 있는 완성차 대기업과 달리 많은 부품사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 5월 3일 이내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 부품업체의 연쇄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 19 시절보다 위기감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부품 업체들의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약 2만여개의 자동차 부품 업체가 있으며 이중 95% 이상이 매출액 30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로 미국의 관세 부과시 수출 위축과 함께 생산·일자리 감소 등 연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일부 규모가 큰 1차 협력 업체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국내 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의 미국 생산량 확대 전략에 맞춰 생산 기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회사의 경우) 트럼프 관세부과로 국내서 부품을 수출할 경우 1년간 10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제조업과 고용의 중추 역할을 해온 자동차 산업이 현지화에 속도를 높이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완성차·부품 산업부터 정책금융 등 3조원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수출바우처를 1000억원 이상 늘리고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한·일·중 FTA(자유무역협정) 등 주요국과의 협정 논의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3조원의 긴급 유동성 투입과 함께 내년 정책금융 자금을 기존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2조원 늘리기로 했다.

투자 성공? 기술은 기본 숫자 너머를 봐야해

투자 성공? 기술은 기본 숫자 너머를 봐야해

스타트업 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고금리와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매출과 시장성을 중시하며, 단순히 기술을 증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사업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벤처포트의 정하윤 이사는 "기술은 이제 기본이다. 숫자로 증명하지 못하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들은 이에 따라 초기부터 수익 모델을 명확히 하여 피칭에 임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동안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3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으며, 투자 금액은 1조2824억원으로 4% 줄었다. 초기 투자(시드~시리즈A)도 181건으로 29% 급감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검증된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벤처캐피털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금리와 펀드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리스크가 낮은 중기 이상 레벨(데스밸리 7년 이상)이나 이미 매출을 발생시키는 기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지난해 AI 산업에 집중됐던 투자도 올해 들어 크게 감소했다. 기술력만으로는 투자유치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 모델을 보유한 인프라 기업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단순 AI 활용 기업들은 외면받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사업성과와 시장성을 증명하지 않으면 더 이상 투자받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투자 한파를 돌파하기 위해 정책 자금과 직접 투자 확대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조원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팁스(TIPS), 정책융자,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역시 기술보다는 사업성과를 중심으로 지원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창업기업들은 여전히 자체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매출 기반을 갖추거나 빠른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한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유료 전환 전략을 빠르게 구사하고, 고정비를 줄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든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클라우드넷'은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빠르게 매출 모델을 구체화하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클라우드넷은 초기에는 고유 기술력에 집중했으나, 매출 증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 유료 전환 모델을 빠르게 도입했다. 이 기업은 지난 1년간 고정비를 절감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사업화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이제 '기술력'보다는 '사업모델'이 중요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단기 위기를 넘어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기술 중심의 성장 서사는 끝났고, '사업가형 창업자'가 시장을 이끄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최빛나기자 vitna@metroseoul.co.kr

최태원 회장,"지역 발전 4가지 제시, 미래 성장 거점으로 전환 가능"

최태원 회장,"지역 발전 4가지 제시, 미래 성장 거점으로 전환 가능"

대한상의가 지체되는 산업 혁신, 부족한 일자리, 저출생, 지역소멸 등 대한민국의 구조적 난제들을 풀면서 지방에도 기회의 씨앗이 움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국민에게 소개했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국가 리더십 출범을 앞두고 기업들이 연구한 '메가 샌드박스' 아이디어를 국민의 입장에서 쉽게 알리고자 지난 12일 KBS 다큐멘터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를 방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선진국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사업 여건을 지역에 만들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거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실현 방안으로 ▲인재 육성·유치 ▲인프라(AI 산업 기반 조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인센티브 지원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인재 육성·유치에 대해서는 "대학 교육이 취업까지 연계되는 교육-일자리 매칭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대학을 선택하면 졸업 후 원하는 일자리까지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 AI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한 곳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이 인프라를 바탕으로 어떤 산업에 대해서도 AI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기업이 '이런 걸 해도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뭐든지 하세요'라고 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열린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지역 스스로가 기업이 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수준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수요까지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 48분 분량의 다큐 전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으며, 최태원 회장의 '메가 샌드박스' 아이디어가 담겨 있는 좌담회 영상 전체 클립은 대한상공회의소 유튜브 채널에서 별도로 볼 수 있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크보빵' 터졌는데 롯데자이언츠만 없다, 이유는?

'크보빵' 터졌는데 롯데자이언츠만 없다, 이유는?

'크보빵' 터졌는데 롯데자이언츠만 없다, 이유는? SPC삼립이 KBO와 협업해 만든 '크보빵'이 '포켓몬빵'의 아성을 넘었는데, 10개 구단 중 롯데자이언츠만 유일하게 제외됐다. '크보빵'은 프로야구 각 구단의 특징을 담아 빵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빵 외에 선수단 스티커가 함께 들어 있어 판매 시작 3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봉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각종 인터넷엔 구매 인증 후기가 쏟아지고 인기 선수 스티커의 경우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자이언츠는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가 제빵 사업을 하고 있어 '크보빵'을 출시하지 않았다. 이에 롯데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팬들의 성화에 뒤늦게 응답한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마케팅 파급력과 팬들의 요구 등을 듣고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