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유총, '박용진 3법' 통과되면 '집단 폐원 불사'… "퇴로 열어 달라"
- 자유한국당 정부지원금·학부모 부담금 따로 관리, '회계 분리' 법안 발의 '논란'
- 89곳 모집중지·폐원 검토… 학부모 불안·불만 고조
'사립유치원 사태'가 국내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로 이어지는 가운데, 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낸 이른바 '박용진 3법'과 자유한국당이 '분리 회계'를 핵심으로 한 법안이 병합 심사되면서 절충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박용진 3법은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으로, 정부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환수하고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게 핵심이다. 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의무사용으로 투명 회계에 방점이 실렸다. 한유총은 이 개정안이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 설립자·원장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30일 발의한 유치원 3법 개정안은 한유총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듀파인 의무도입을 담고 있지만, 국가 보조금과 누리과정 지원금 등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국가지원금회계로, 학부모가 내는 원비는 일반회계로 이원화해 운영하도록 하자는게 핵심이다. 현행법에 국공립유치원 회계는 있지만, 사립유치원회계가 없어 사립유치원 회계가 불투명하게 운영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국가지원금회계는 정부 감시를 받도록 하고, 일반회계의 경우 유치원 운영위원회 자문을 의무화해 학부모 감시를 받도록 했다.
자유한국당의 회계 분리 개정안에 대해서는 회계 투명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립유치원이 학부모가 낸 원비를 쌈짓돈으로 쓸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 개정안은)회계투명성 확보와 공공성 강화 등 큰 방향은 일치하는 것 같다"면서도 "유치원 회계를 학부모 분담금 회계와 나누자는 게 학부모 원비를 막 쓰도록 하자는 것이라면 국민상식에서 벗어나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심사 과정에서 조목조목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 폐원·모집중지 검토 89곳으로 늘어… 법안 통과시 폐원 유치원 확대 우려
한유총은 더불어민주당 당론 유치원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집단 폐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폐원 유치원이 더 확대될지 우려되고 있다. 정치권이 유치원법 개정안을 놓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유아 교육권'이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당장 내년에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가 공개된 올해 10월 이후 폐원이나 모집중지를 검토하거나 신청한 유치원은 전국 89개원(11월 26일 기준)에 달한다. 폐원한 사립유치원은 2016년 56개원, 2017년 69개원으로 사립유치원 폐원은 올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되기 전인 올해 1월~8월 자연 폐원한 사립유치원은 127개원이나 됐다.
지역별로 사립유치원이 2000여 곳으로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1곳이 폐원을 신청했고 1곳은 모집중지를 검토하는 등 14곳이 모집중지나 폐원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27개 유치원이 폐원에 대해 학부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충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폐원에 따른 수용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유총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해를 열고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 집단 폐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0일 "한유총의 집단폐원 통지는 사립유치원의 사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전국의 유아 대상 학부모들을 협박한 것으로 깊은 유감을 뜻을 밝힌다"면서 "한유총의 집단폐원 주장은 국민을 상대로, 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협박행위와 같으며, 절대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유총 집회에서 학부모 강제동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해 불법 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경찰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또 모집시기를 일방적으로 연기·보류하는 약 120여개 사립유치원에 대해 즉시 행정지도를 벌이고 필요한 경우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사립유치원 집단폐원에 대비해 이미 밝힌 내년 국공립유치원 1000개 학급 증설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단설유치원 신설도 추진한다. 서울과 경기 등 유치원 수요가 밀집한 지역은 시설 임대를 통해 긴급 국공립 단설 유치원을 조기 확보하고, 서울시를 비롯해 서울 관내 25개 기초자치단체가 부지와 건물 임대를 통해 유치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 확충계획과 아울러 유치원 통학버스 단계적 확대와 방학 중 돌봄과 급식 개선 방안을 포함한 유치원 서비스 개선 방안을 오는 6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한유총은 1일 입장문을 내고 폐원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생존을 고민하는 사립유치원들이 스스로 폐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줄 것을 토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정책에 순응해 잔류할 수 있는 유치원과 세금을 받지 않는 또 다른 업종을 통해 유아교육의 실질을 영위하려는 유치원, 더 이상 유아교육에 매진할 수 없는 유치원을 나눠 잔류·변화·퇴로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