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앤가바나가 공식 SNS 계정에 올린 사과문./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가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중국 문화 비하 요소가 담긴 캠페인 홍보 영상을 게재해 중국인들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반면, 혐한 테러가 벌어지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증가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체적인 소비자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매 파워 보여주는 중국
중국이 불매 운동으로 국력을 과시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될 패션쇼 홍보 영상을 잘못 올렸다가 중국인을 모욕했다는 여론이 일어 역풍을 맞고 있다.
돌체앤가바나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인 여성 모델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파스타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모습이 나온다. 이를 본 중국인들은 분노했다.
2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돌체앤가바나 제품은 알리바바 계열의 티몰, 징둥닷컴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삭제됐다.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연간 5000억위안(약 82조원)으로 전 세계 명품 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회사 창업자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웨이보에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중국인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패션 뷰티 전문 매체인 WWD(Women’s Wear Daily)은 22일(현지 시간) 경찰과 경비원들이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돌체앤가바나 매장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는 돌체앤가바나 제품을 불에 태우거나 옷을 찢고 남은 누더기를 활용해 바닥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담은 게시글이 가득하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지난해 롯데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2017년 1~8월 중국 내 매출은 4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조1600억원) 64.7%(7500억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액은 1450억원으로 적자가 전년보다 800억원 늘었다.
◆혐한 해도 일본 가는 한국
한국은 다르다. 지난 10일 오후 도쿄 긴자 일대에서는 극우 세력이 주최한 혐한 시위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범기인 욱일기를 들고 행진했다. 이들은 일본 도심 번화가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돌려달라”, “한국에 분노한다”, “한국과 단교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혐한증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일본 극우 단체는 지난 2011년 후지TV 드라마 주인공으로 낙점된 배우 김태희를 퇴출하라며 시위 했다. 2016년 일본 오사카 난바에 있는 한 초밥집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와사비 테러’가 벌어졌다. 같은 해 10월 오사카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일본인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2017년 1~10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583만8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6만9008명)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2014년 275만5300명에서 2015년 400만2095명, 2016년 509만30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한국이 반한 정서가 확산하는 일본에 지갑을 열 때 중국은 사드 배치 보복을 위해 한국에 지갑을 닫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외국인 국내소비의 변동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7년 국내 소비 부진에는 외국인 국내소비가 전년 대비 27.9% 감소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며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이례적인 폭으로 감소하면서 소비 관련 산업 부진에 부분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문제연구 제45권 제3호에 실린 ‘소비자 불매운동 신념이 불매운동 참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면, 자기조절성향의 크기가 커질수록 불매운동 참여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소비자가 스스로 개인의 소비생활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자기조절성향이 클수록 불매운동 참여가 강화된다”며 “주체적인 소비자 역할을 장려하기 위한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